[현장 톡톡] 챗GPT는 알려 줄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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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숙 부산교사노조 교육협력국장 덕양초등 교사

한겨울의 앙상한 나무들은 언뜻 시간이 멈춰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추위를 견디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생명이 아주 작은 겨울눈 속에 담겨있다. 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겨울날, 2학년 아이들과 통합교과 시간에 겨울눈을 관찰하고, 여러 가지 재료로 자신만의 겨울눈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 이건 목련의 겨울눈이에요.”

“우리 모둠 친구들의 겨울눈들이 전부 다르게 생겼어요.”

“와, 여기 꽃이 들어있어요. 정말 작아요.”

아이들은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 나무들의 겨울눈을 보며 그 속에 담겨있는 봄꽃을 확인하고 매우 신기해했다. 각종 영상 매체들이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검색창에 ‘겨울눈’을 입력하면 다양한 이미지들이 나타나지만 아이들이 직접 주워 온 나뭇가지만큼 소중하지도, 기억에 오래 남지도 않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서 챗GPT가 생활기록부를 써주고, AI가 교사를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눈을 갈라보도록 가위질을 조심스럽게 도와주는 일이나 그 속에 들어있는 작은 봄꽃을 발견하는 순간의 기쁨을 나누는 것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해도 절대 살아있는 교사를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챗GPT가 설명을 잘하고 모르는 게 없더라도 나열되는 지식을 받아적고 암기하는 것에 그치는 교육은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배우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때는 본인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그것을 친구들에게나 선생님에게 인정받는 순간이다. 유창하게 설명하는 AI보다도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의 눈빛 한 번, 미소 한 점, 칭찬 한마디가 더 기꺼울 것이다. 디지털 기기들이 늘어나고 다양한 수업 도구들이 생겨났지만 겉치장이 화려해져도 알맹이는 여전히 같다. 오히려 그런 주변의 것들에 신경 쓰게 되면 정작 아이들의 눈빛을 읽지 못하기도 한다. 20년 전 첫 발령에서 만난 2학년 아이들도 2024년의 2학년 아이들도 서로를 향한 관심과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해나간다. 챗GPT나 AI의 서술어는 사람의 온기에 닿지 못한다.

물론 배움의 기쁨을 느끼는 수업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고 그걸 해내기 위해서는 교사의 세심한 사전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 반 아이들이 겨울(통합교과) 시간에 만든 자신만의 겨울눈 속에는 사랑이 담겨있기도 했고, 가족이 담겨있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이 담겨있기도 했다. 각자가 봄에 피우고 싶은 희망을 담은 겨울눈이 꼭 아이들 자신을 닮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진짜 꽃을 피우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어떤 AI도 대신하지 못할 진짜 교사의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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