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운임 연속 하락… 홍해 사태에도 안정세 찾을까
상하이·K '컨' 운임지수 4~5주 하락
홍해 리스크 대비한 선박 공급 증가
물류비 완화에 수출 기업 부담 덜어
특수 본 해운사들, 향후 추이에 촉각
홍해 발 물류대란 등으로 급등했던 글로벌 해운 운임이 계속 하락하며 안정세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홍해 우회 항로에 선박 공급이 늘고, 중국 춘절 연휴 이후 수요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류비 부담이 컸던 수출 기업들은 한숨을 돌리는 한편 고공행진한 운임으로 ‘짧은 특수’를 보던 해운사들은 향후 운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지난 11일 기준 한국해양진흥공사의 ‘K-컨테이너운임지수(KCCI)’는 일주일 전보다 3.76% 하락한 2533을 기록했다. KCCI는 부산항을 출발한 13개 주요 글로벌 항로 운임을 종합한 것으로, 최근 5주 연속 하락했다.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보여주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지난 8일 기준으로 1885.74를 기록해 전주 대비 93.38포인트 떨어졌다. 지난달 2일 2217.73을 기록한 뒤 4주 연속 하락세다.
해운 운임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홍해 리스크’ 등으로 단기간 급등했다. 수에즈 운하의 관문인 홍해에서는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이 선박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물류대란을 일으켰다. 지난달 10~17일 중국 춘절 연휴를 앞두고 물류 수요도 증가해 운임 상승을 부채질했다. 더불어 파나마 운하에서는 1950년대 이후 최저 강수량으로 가툰 호수 수량이 감소하며 통항 선박이 크게 줄기도 했다. 파나마 운하는 해수면과 높이 차이로 인해 갑문 사이에 물을 채우거나 빼면서 선박을 계단식으로 이동시킨다. 이때 필요한 물을 가툰 호수에서 끌어온다.
그러나 최근 홍해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이에 대비한 선박 공급이 늘었고, 파나마 운하 통항 선박도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파나마운하청은 오는 25일까지 일일 파나마 운하 통항 가능 최대 선박 수를 평균 23.7대에서 27대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운임 상승에 비상이 걸렸던 국내 수출 기업들은 물류비 부담을 다소 덜게 됐다. 그간 자동차, 화학 등 주요 수출품을 파는 기업들은 물류비 가중과 납기 지연 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할 우려가 컸다.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간 대 유럽연합(EU) 수출은 217억 95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8% 감소했다.
해운사들은 올 초까지 이어진 운임 상승으로 1분기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운임이 고점 대비 낮은 편일 뿐, 코로나19 이전 상황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 측면으로 보면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발주된 선박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향후 운임 하방 압력이 큰 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친환경 대체연료 개발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변수가 많아 단순히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홍해에서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파나마 운하는 평균 통항 대수인 35~36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나 오는 5월부터 우기가 시작되는 만큼 통항 대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 회복 추세도 변수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리포트를 통해 “수급 불균형 지속으로 인해 운임 하향 조정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중국 경제성장률 상승세 둔화 시 세계 컨테이너 교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