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통 검사’ 尹, ‘내란 우두머리’ 수사 받을 위기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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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권 잡아
야당과 타협보다 '강 대 강' 대치
거부권 행사 역대 두 번째로 많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대국민 담화 중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대국민 담화 중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파죽지세 행보를 이어오던 윤 대통령 본인이 벼랑 끝에 서게 됐다.

‘강골 검사’였던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과 함께 인지도를 쌓아 올리며 대권 주자로 급부상했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박빙 대결 끝에 대권을 잡았다. 검사 윤석열이 정치권에 뛰어든 지 불과 8개월여 만이었다.

윤 대통령이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면서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과 국방부를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다 박근혜 정부와 정면충돌한 끝에 대구고검으로 좌천당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이때 윤 대통령이 남긴 말은 대중에 강렬하게 각인됐다.

박근혜 정부 후반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검팀에 합류해 재기의 날개를 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정면충돌했고, 이후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입당해 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를 누르고 대선 후보로 직행했다. 그리고 2022년 3월 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를 0.73%포인트 차이로 꺾고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 정권에 걸쳐 살아남으며 끝내 권력을 쥔 것이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탄핵 소추 직전까지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야당은 김 여사 일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지난해 말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올해 9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고 폭로하면서 김 여사 리스크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났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와 타협보다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압도적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은 네 차례에 걸친 김 여사 특검법 등 여러 법안을 단독 처리했고, 윤 대통령은 그럴 때마다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섰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5건의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12년간 재임한 이승만 대통령의 45건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윤 대통령 본인과 김 여사 의혹이 점차 덩치를 키우며 여당은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로 분열했다. 친한계의 이탈은 이번 탄핵 가결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국무위원이 계엄에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결국 비상계엄 선포라는 무리수를 택했다.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로 6시간 만에 계엄 사태가 종료되며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 셈이 됐다.

‘수사통’ 출신 윤 대통령은 이제 수사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현재 윤 대통령은 검찰, 경찰, 공수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내란죄 수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구속이나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 수사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경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참모진의 보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홀몸’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서 머물며 내란죄 수사, 탄핵심판 변론, 그리고 다가오는 특검 대응에 나서야 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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