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얀마대사관과 교류 협력 중단하라”
부산 거주 미얀마인 집회 열고
부산외대에 인턴십 중단 요청
현지 군부 쿠데타 세력 비판
부산외국어대학교가 주한 미얀마대사관과 진행한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해 부산 거주 미얀마인들이 군사 쿠데타 세력과의 협력이라고 비판하며 거리로 나왔다. 미얀마 군사 쿠데타 이후 4년이 지났지만, 민주주의를 위한 미얀마인들의 투쟁은 부산에서도 현재 진행형이다.
2일 부산외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일 부산외대 미얀마어과는 ‘주한 미얀마대사관 인턴십 방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인턴십 프로그램에는 11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미얀마대사관을 방문해 대사를 만나고 미얀마어와 관련된 질의응답을 진행한 뒤 대사관 투어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부산외대 미얀마어과는 국내에서 미얀마어를 가르치는 유일한 학과다. 2019년에는 미얀마 군사정권에 의해 투옥됐다 사망한 아웅산 수치 여사가 부산외대를 방문하기도 했다. 부산외대 내에는 아웅산 수치홀이라는 이름의 공간도 있다.
부산 거주 미얀마인들은 그런 부산외대가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군부가 임명한 주한 미얀마대사와 교류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2021년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후 군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며 장기 통치를 정당화하고 있다.
미얀마 민주항쟁연대 부산네트워크(이하 미얀마네트워크)는 대사관과 부산외대가 협력하고 교류한다는 것은 부산외대가 미얀마의 군부정권을 인정하고 지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미얀마네트워크는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발족한 단체로, 부산 지역 노동·인권·시민·환경 등 50개 단체와 부산 거주 미얀마인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외대 측은 인턴십 프로그램은 언어를 가르치는 대학으로서 진행한 활동이며, 정치나 군부 쿠데타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미얀마 대사관과 따로 협약을 맺은 부분은 없으며 인턴십은 단발성 프로그램에 불과하다”며 “쿠데타를 겪은 국가라고 해서 모든 교류 프로그램을 끊고 교육하지 않을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미얀마네트워크는 부산외대에 총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미얀마네트워크는 2일 부산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주한미얀마대사관은 한국 내 미얀마 노동자들의 여권을 연장해 주지 않거나 동향을 파악해 군부에 반대한다고 판단되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이후 귀국 시 공항에서 연행해 구금되도록 하는 등 철저히 현 군부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한다”며 “부산외대에 미얀마대사관과의 교류 협력 중단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얀마 군사정권은 쿠데타 발발 4주년을 앞둔 지난달 31일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했다. 군정은 내전 상황을 이유로 선거를 미루며 규정된 횟수를 넘겨 비상사태를 연장해 자신들의 통치를 정당화하고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