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5] 경쟁작 ‘허락되지 않은’, 검열 속에서 피어난 영화의 언어
이란 하산 나제르 감독 메가폰
"검열은 억압이자 창작의 바탕
BIFF 초청 특별, 많이 기다렸다"
BIFF 부산 어워드 경쟁 후보에 오른 영화 ‘허락되지 않은’ 하산 나제르 감독(왼쪽)과 배우 세타레 파카리가 2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정성운 인턴기자
“제 영화가 이란의 실상을 알리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22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영화 ‘허락되지 않은’ 기자회견에서 하산 나제르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란 출신 나제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후보작으로 초청돼 관객을 만나고 있다.
작품은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넘나드는 형식으로, 어린이들과의 카메라 테스트 장면을 따라간다. “왜 배우가 되고 싶은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자유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각자의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히잡 착용 의무, 매체 검열, 남녀 간 악수조차 허용되지 않는 이란의 여러 규율 속에 놓여 있다. 아이들이 꿈꾸는 자유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영화 전반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하산 나제르 감독은 이런 현실을 영화적 언어로 담아내 온 인물이다. 감독은 ‘블랙 데이’(2011), ‘우리는 모두 죄인’(2012), ‘유토피아’(2015), ‘체크 포스트’(2018) ‘위너스’(2022) 등에서 이런 궤를 잇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이란의 사회적 억압은 역설적으로 창작의 예술을 자극하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감독은 “이란 감독들은 검열을 단순한 억압이 아닌 창작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바꿔서라도 끝내 전하려 하고, 관객은 그것을 독창적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검열이 새로운 표현 방식을 낳고, 그것이 영화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창작성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그래서 이란에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다면 창작자로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아직 단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감독은 “자유가 찾아온다면 또 다른 창작의 창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가 ‘허락되지 않은’ 조건에서 만들어진 만큼 촬영은 짧고 긴박하게 이뤄졌다. 감독은 “승인되지 않은 영화라 외국에서 (이란으로) 들어가 촬영하는 것이 스파이 행위처럼 보일 수 있었다”며 “촬영은 6~7일에 그쳤지만, 전체 제작에는 2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이 편안히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면서 “감독이라는 호칭을 숨기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했다. 아이들의 답변은 첫 질문에서 가장 진솔해서 그 장면을 주로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함께 자리한 배우 세타레 파카리는 예술가의 삶과 이란에서의 여성의 현실을 함께 언급했다. 그는 “가수라는 직업 자체가 이란에서는 허락되지 않은 존재였다”며 “연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은 가족 안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둘러싸여 자라난다”면서 “아이들을 통해 여성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도 더 자유로운데, 여성은 늘 제약을 받는다. 이런 경험을 나누며 영화를 발전시켰다”고 덧붙였다.
이번 BIFF 초청은 감독에게 특별한 의미였다. 감독은 “한두 달 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너무 기다려졌다”며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많지만, 이란 감독들은 삶 속에서 전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영화가 이란의 실상을 알리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말로, 억압 속에서도 창작을 이어가는 이란 감독들의 현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