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공급량 태부족 … 부산 할인액 역부족 [비즈앤피플]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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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보다 비행거리 짧은데, 부산발 일본 노선 비싼 이유는

13일 부산~후쿠오카 직항 노선
대한항공 편도 요금 8만 1600원
거리 2배인 인천발은 8만 6600원
11월 도쿄행은 부산발이 더 비싸
인천발 노선 공급 많아 할인 치열
부산은 직항 적고 가격 경쟁 덜해
일본 항공사 신규 개설에 소극적
신공항 건설 이은 공급 확대 필요

그래픽=류지혜 birdy@ 그래픽=류지혜 birdy@

최근 일본 여행을 준비하던 직장인 A씨는 김해공항과 인천공항의 일본 노선 항공권 운임을 비교해 보고 놀랐다. 인천~후쿠오카 노선과 부산~후쿠오카 노선 운임에 큰 차이가 없어서였다. 부산~후쿠오카 노선의 비행거리는 인천~후쿠오카의 절반 이하다. ‘최단 거리 국제선’인 부산~후쿠오카 노선의 경우 국내 항공사의 대표적인 ‘수익 노선’이지만 항공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싼 요금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서 대기 중인 승객들. 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일 부산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에서 대기 중인 승객들. 연합뉴스

■비행거리 짧지만 비싼 부산발 노선

지난 8일 대한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한 부산~후쿠오카 직항 노선의 오는 13일 출발 편도 최저가(일반석 세이버)는 8만 1600원(오후 6시 출발)이었다. 같은 날 인천~후쿠오카 노선의 편도 최저가(일반석 세이버)는 8만 6600원(오후 6시 40분 출발)이었다. 두 노선의 가격 차는 5000원으로 약 6%에 불과하다.

후쿠오카의 경우 김해공항 노선의 비행 거리가 약 225km다. 인천~후쿠오카 노선의 비행 거리가 563km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일반적으로 항공사의 비용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비행 거리에 비해 부산~후쿠오카 노선의 운임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부산~후쿠오카 노선보다 비행 거리가 100km 이상 더 긴 청주~제주(약 368km) 노선의 오는 13일 대한항공 편도 최저가는 3만 2700원에 불과하다. 국제선 관련 비용을 감안해도 부산~후쿠오카 노선 운임은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후쿠오카 노선 운임이 인천~후쿠오카 노선과 비슷한 것은 저비용항공사(LCC)도 마찬가지다. 에어부산의 경우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한 오는 13일 부산~후쿠오카 편도 일반항공권 가격은 10만 5000원으로 같은 날 인천~후쿠오카 편도 일반항공권(11만~12만 원)과 큰 차이가 없다. 티웨이항공도 부산~후쿠오카 노선을 운항하는 동계 스케줄에서 오는 11월 14일 편도 운임이 13만 8700원으로 같은 날 인천~후쿠오카 편도 운임(14만 37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 노선의 경우 후쿠오카 이외 노선에서도 부산과 인천 출발 항공편의 가격이 비슷하거나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조회한 오는 11월 11일 출발 인천~도쿄(나리타) 직항 편도 일반석 스탠다드 가격은 29만 5600원(오후 4시 55분 출발)이다. 반면 같은 날 부산~도쿄(나리타) 편도 직항 일반석 스탠다드 가격은 30만 2600원(오후 4시 20분 출발)이다. 비행거리는 부산~도쿄(나리타) 노선이 1050km로 인천~도쿄(나리타) 노선(1260㎞)보다 더 짧지만 가격은 더 비싸다.

■공급량에 따른 할인 폭이 가격 결정

부산 출발 일본 노선의 운임이 인천 출발 일본 노선과 비슷하거나 때로 높게 책정되는 데 대해선 ‘공급량 격차’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권은 ‘공시 운임’이 아닌 ‘할인 운임’으로 판매되는 물량이 많은데 부산발 일본 노선의 경우 인천발 노선에 비해 공급량이 적어 항공사들이 할인을 과감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항공권 가격은 공급이 결정한다”면서 “인천발 일본 노선의 경우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가격 변동 폭이 크다”고 말했다. 공급이 많으면 일부 스케줄에서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항공사들이 적극적으로 할인을 적용해 가격이 떨어진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발 일본 노선은 공급량이 많지 않아 항공사들의 할인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면서 “결국 더 많은 항공사들이 부산발 국제선에 취항해서 공급을 확대하지 않는 이상 인천공항보다 운임이 비싸게 적용되는 역전 현상의 발생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부산발 일본 노선의 운임 역전에 대해 “할인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후쿠오카 공시요금은 부산~후쿠오카 공시요금보다 10% 정도 높다”면서 “그러나 수요에 따라 할인하는 판매가가 시장 상황과 출발 날짜, 수요 성격 등에 따라 유동적이어서 운임 역전현상은 발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의 일본 노선 경쟁은 제한돼

부산발 일본 노선의 실질 운임 인하를 위해선 경쟁이 강화돼야 하지만 단기적인 경쟁 전망은 밝지 않다. 대한항공이 일부 직항 운항을 중단하는 데다 일본 항공사들이 직항을 개설하지 않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의 경우 10월 말 이후에는 부산~후쿠오카 노선 운임이 인천~후쿠오카 노선 운임을 초과하는 역전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10월 말 이후 부산발 후쿠오카 직항 노선을 운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측은 “현재 스케줄 상 10월 말부터 내년 2월까지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후쿠오카 노선은 운항 스케줄이 없다”면서 “운항 스케줄은 수요 등에 따라 변동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직항 운항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후쿠오카 노선을 이용할 경우 대한항공에서는 인천공항으로 가는 ‘내항선’을 이용해 인천공항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이 경우 비행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국제선 운임 인하 경쟁에서는 상대 국가 항공사의 직항 개설도 중요 변수인데 일본 항공사들은 부산 노선 개설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현재 김해공항에서 출발하는 일본 노선은 모두 한국 항공사들이 운항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본항공(JAL) 부산~후쿠오카 노선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는 대한항공과의 ‘공동운항(코드쉐어)’ 항공편으로 실제 항공기는 대한항공이 운항한다.

게다가 부산~후쿠오카 노선의 일본항공 판매 항공권은 같은 비행편의 대한항공 판매 항공권에 비해 3배 이상 비싸다. 일본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한 오는 16일 후쿠오카 출발 부산 직항 편도 노선(오전 11시 5분) 가격은 10만 6580엔(이코노미 플렉스, 한화 약 99만 원)이다. 반면 대한항공 홈페이지를 통해 조회한 같은 항공편의 판매 가격은 32만 7400원(이코노미 플렉스)이다.

일본과 달리 대만의 경우 현지 항공사가 부산 직항 노선 개설에 나서 가격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일 조회 기준 대만 항공사 타이거에어의 오는 11월 14일 부산발 타이베이 항공편 최저가(오후 8시 50분 출발)는 14만 6400원으로 같은 날 오후 3시에 출발하는 에어부산 항공편 최저가(실속항공권) 12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 항공사들이 부산 직항 개설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선 자국 국내선 운임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본 항공사의 경우 자국 국내선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부산 직항 노선에서 10만 원 미만의 할인 가격으로 한국 저비용항공사들과 경쟁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항공사들도 부산발 일본 노선에서 과감한 가격 경쟁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후쿠오카 등 부산의 일본 직항 노선은 저비용 항공사들의 최고 수익 노선”이라며 “일부 항공사의 경우 부산~일본 노선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동남아 노선의 적자를 만회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일본 노선에서 인천~일본 노선처럼 파격적인 할인 경쟁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부산에서 가덕신공항이 건설되고 더 많은 항공사들이 일본 직항을 개설, 공급이 확대돼야 부산, 울산, 경남의 항공 이용자들이 ‘할인 항공권’의 실질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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