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나우]왜구가 약탈한 고려 불상, 日 반환돼 특별전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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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절도단, 밀반입했지만 반환
규슈박물관 ‘규슈 도래불’ 전시
고려 금동관음상 등 40여 점
“한일 문화유산 교류 새출발점”

지난 6일 일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특집 전시 ‘규슈 도래불’ 기자설명회에서 공개된 고려 14세기 금동관음보살좌상. 박물관은 오는 8월 말까지 이 불상을 비롯해 한반도와 중국에서 규슈로 전해진 불상 40점을 선보인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지난 6일 일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특집 전시 ‘규슈 도래불’ 기자설명회에서 공개된 고려 14세기 금동관음보살좌상. 박물관은 오는 8월 말까지 이 불상을 비롯해 한반도와 중국에서 규슈로 전해진 불상 40점을 선보인다. 손혜림 기자 hyerimsn@

세상의 시끄러움을 뒤로 한 채, 불상 하나가 고요히 눈을 감고 있다. 대마도 서쪽에 딸린 작은 2개의 섬 ‘츠나시마’ 사진을 배경으로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앉아 있는 이 불상은 1330년 서산 부석사 본존불로 제작됐다가 고려 말 왜구에 의해 일본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관음보살좌상이다.

츠나시마 섬 사이 바닷길은 한반도로 이어진다. 불상은 이 바다를 세 번이나 건넜다. 왜구의 손에 들려 일본으로 넘어가면서 한 번, 2012년 한국인 절도단에 의해 국내에 밀반입되며 다시 바다를 건넜고, 긴 소유권 분쟁 끝에 지난해 5월 또다시 일본 대마도 사찰 간논지로 반환됐다.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 규슈국립박물관은 오는 8월 말까지 이 불상을 비롯해, 한반도와 중국에서 규슈로 전해진 불상 40점을 선보이는 특집 전시 ‘규슈 도래불’을 연다.


■부석사 불상에서 도래불로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은 한때 한일 문화유산 교류의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2년 한국인 절도단이 대마도 간논지에서 불상을 훔쳐 국내로 밀반입했다 붙잡히며 존재가 알려졌다. 부석사는 고려 말 왜구에 약탈된 문화재라며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0년 넘는 법적 공방이 이어졌다. 2023년 대법원은 취득시효 등을 근거로 간논지의 소유를 인정하는 등 법적 판단은 일단락됐다. 불상은 지난해 1월 부석사에서 100일간의 법요를 거친 뒤 5월 일본으로 반환됐다.

박물관에 따르면 도래불이라는 용어는 일본제국박물관에서 1900년 전후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근세까지 해외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불상을 도래불이라 부른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대부터 근세까지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은 불상들을 선보인다.

고대부터 일본 열도와 아시아 대륙을 잇는 관문이던 규슈는 일본에서도 도래불이 많은 지역이다. 박물관에 따르면 후쿠오카현, 사가현, 나가사키현 등 규슈 북서부 연안을 중심으로 한반도나 중국에서 건너온 도래불이 200여 점 남아있고, 일본 불상과 구별하지 않고 본존불로 모신 경우도 많다.

지난 6일 규슈국립박물관 오사와 신 학예연구원은 “대다수가 큰 사찰이 아니라 바다와 가까운 작은 마을, 작은 절이나 신사에서 지역을 지키는 부처님으로 모셔져 왔다”며 “고향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겠지만, 일본에 건너온 뒤에도 고향과 마찬가지로 수백 년 이상 소중히 사랑하고 지켜온 규슈 사람들의 역사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에 앞서 X선 CT촬영 사전 조사를 통해 밝혀진 새로운 사실도 소개됐다. 불상 안에는 부처의 목소리를 상징하는 ‘후령’과 마음을 상징하는 ‘팔엽통’이 들어있는데, 이번 조사에서 후령 안의 도자기 구슬과 팔엽통 뚜껑 안쪽에 끼워진 5cm 크기의 은도금의 청동거울 ‘심원경’이 새로 확인됐다. 박물관 측은 이것을 통해 당시 고려인들의 신앙과 기도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난 과정에서 파손된 관련 유물도 복원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전시됐다. 박물관에 따르면 불상이 대마도로 옮겨간 뒤 현지 주민들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관(보석 관)’은 심하게 구겨져 파손됐고 현재로서는 원형 복원이 어렵다.

지난 6일 일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특집 전시 ‘규슈 도래불’ 기자설명회에 공개된 12~13세기 고려 보살좌상. 손혜림 기자 hyerimsn@ 지난 6일 일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특집 전시 ‘규슈 도래불’ 기자설명회에 공개된 12~13세기 고려 보살좌상. 손혜림 기자 hyerimsn@
지난 6일 일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특집 전시 ‘규슈 도래불’ 기자설명회에 공개된 13~14세기 고려 탄생석가불입상. 손혜림 기자 hyerimsn@ 지난 6일 일본 후쿠오카현 다자이후시 규슈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특집 전시 ‘규슈 도래불’ 기자설명회에 공개된 13~14세기 고려 탄생석가불입상. 손혜림 기자 hyerimsn@

전시에서는 8세기 통일신라 때 제작되었다가 현재 대마도에서 보관 중인 여래좌상, 각각 나가사키현과 이토시마에서 보관되어왔다가 20년 만에 재회하는 형제불상인 고려 보살좌상, 손바닥 크기의 삼국시대 불상들, 독특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고려 13~14세기 탄생석가불입상도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다.


■한일 문화 교류의 새출발?

불상의 반환으로 법적 분쟁이 일단락됐지만, 국내에서는 아쉬움이 여전하다. 약탈 추정 문화재에 취득시효를 인정한 법적 판단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일 문화유산 교류의 새로운 출발점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오는 20일에는 한국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자 등 한일 문화유산 전문가들이 규슈 도래불을 함께 논의하는 심포지엄도 개최한다.

오사와 신 연구원는 “부처를 기원하는 마음에는 국경이 없다”며 “이번 간논지의 불상을 비롯해 규슈에 전해진 많은 도래불이 앞으로 일본과 한국, 나아가 중국을 잇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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