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클래식내비게이터]음악사에 길이 남은 스카를라티의 고양이
음악평론가
조희창, 음악평론가. 부산일보DB
“여기에 한 작은 깃털 친구가 누워 있네. 바보 같았지만, 참으로 사랑스러웠던 존재… 오, 이 글을 읽는 이여, 부디 눈물 한 방울 흘려주오.” 이 말은 모차르트가 키우던 찌르레기가 죽자, 뒷마당에 무덤을 만들고 직접 써서 읊은 시의 한 부분이다. 장난기 많은 천재의 모습 너머로, 작은 생명을 진심으로 사랑하던 한 인간의 다정한 면모를 볼 수 있다.
음악가는 유별나게 반려동물을 사랑했다. 베토벤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베토벤의 환경은 최악이었다. 어머니는 몸이 약했고, 아버지는 난폭한 술꾼이었다. 맘 둘 곳 없이 외롭던 그는 한 마리 푸들을 키우며 정을 나누었는데 그만 이 푸들이 죽고 말았다. 그래서 만든 가곡이 ‘푸들의 죽음에 대한 애가’ (Elegie auf den Tod eines Pudels, WoO 110)였다. 사랑하던 강아지에 대한 아픔과 추억을 노래하다가 “너는 내 가슴 속에 살아있어, 언제나 행복한 기억을 가져다줄 테니…….”라며 끝맺는다. 베토벤 덕분에 푸들은 세계 최초로 자신을 위한 가곡을 가진 견종이 된 셈이다.
폐병으로 고생하던 쇼팽도 강아지를 무척 좋아했다. 쇼팽의 왈츠 작품64의 1번은 일명 ‘강아지 왈츠’로 불린다. 파리에서 조르주 상드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던 쇼팽은 강아지가 자기 꼬리를 잡으려고 뱅뱅 도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왈츠 곡에 담았다. 시작 부분의 4마디 전주가 마치 강아지처럼 빙글빙글 도는 듯하다.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는 아내 앨리스가 세상을 떠난 뒤 깊은 상실감에 힘들어했는데, 반려견 ‘미나’를 만나면서 다시 작곡을 시작할 수 있었다. 엘가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미나’라는 오케스트라 소품을 작곡해서 헌정하기도 했다.
좀 더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서 바로크 시대로 가보자. 이탈리아에 작곡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Domenico Scarlatti)가 있었다. 1685년에 태어나 이탈리아 최고의 쳄발로 연주자로 불리다가 1757년 7월 23일에 세상을 떠났다. 스카를라티가 만든 곡 중에 ‘고양이 푸가’(Fuga del gatto)라고 불리는 곡이 있다. 스카를라티의 작품을 정리한 알레산드르 룽고의 목록 번호 499번으로 등재된 곡이다.
스카를라티가 직접 붙인 제목은 아니지만, 그가 이 작품을 쓰게 된 얘기가 전해지면서 ‘고양이 푸가’로 불리기 시작했다. 당시에 스카를라티는 ‘풀치넬라’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길렀는데, 이 고양이는 작곡에 빠진 스카를라티 곁에서 재롱을 부리다가 건반 위를 걸어가곤 했다. 스카를라티는 그 소리를 즉흥적으로 흉내 내어, 고양이의 걸음걸이를 연상케 하는 리듬으로 푸가를 만들었다. 곡이 너무 재미있어서 헨델이 그의 합주협주곡 6번에 이 푸가를 삽입하기도 했고, 19세기의 피아노 연주자들의 프로그램에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특히 리스트나 모셀레스가 자주 연주했다고 한다.
마하트마 간디의 어록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을 어떻게 대우하는지로 가늠할 수 있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스카를라티, 베토벤, 쇼팽이 그러했듯이.
스카를라티-고양이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