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강행… 법조계 "위헌 우려"
민주, 형소법 개정안 처리 가닥
한병도 “검찰개혁 마침표 찍어야”
이르면 30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
일각 “헌법 체계와 어긋나” 지적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반대 여론과 범죄 피해자들의 비판에도, 오는 10월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맞춰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법조계와 피해자들은 사건 지연과 부실수사, 피해자 구제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3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수사와 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 완성은 이재명 대통령이 늘 강조한 지향점이자 국민주권 정부의 확고한 국정과제”라며 “이제 치열했던 토론과 숙의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10월 2일 형사사법체계가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결론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보완수사권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삭제하는 대신, 검사는 송치 사건에 대해 공소제기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뒤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보완수사를 마쳐야 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1개월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또 보완수사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검사는 직무배제나 징계 요구 외에 담당 수사관 교체까지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다른 수사기관으로 사건을 넘겨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는 장치도 담겼다. 불송치 사건에 대해서도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하면 경찰이 3개월 안에 재수사를 마치도록 하는 방향이 검토됐다.
법조계가 민주당이 추진 중인 개정안 중 가장 먼저 문제 삼는 대목은 법 조항끼리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헌법 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수색 시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영장을 발부하도록 규정하는데, 이는 애초에 검사가 수사권한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조항이라는 것이다.
법조계 원로인 김태훈 변호사는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은 이런 헌법 체계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된 뒤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법원행정처는 지난 12일 김용민 민주당 의원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공동 발의한 별도의 형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법원행정처는 보완수사권 폐지와 보완수사요구권 문제는 충분한 숙의와 검토를 거쳐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제도 변화로 생길 부작용을 막을 보완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검사 출신 김세희 변호사(법무법인 더킴로펌)는 보완수사권 폐지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 ‘사건 처리 지연’을 꼽았다. 검사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안도 서면으로 경찰에 내려보내고 회신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사이 담당 경찰관은 이미 다른 사건에 배정돼 있어 처리가 밀리기 일쑤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경찰은 공판을 직접 해보지 않아 증거능력에 대한 감각이 아무래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처음부터 공판을 염두에 두고 증거를 어떤 절차로 확보할지 짚어가며 수사해야 하는데, 나중에 공판 단계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검찰 보완수사권을 완전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이르면 이달 말 관련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에서 잇따라 보완책을 준비하는 모습이지만 민주당 내부뿐 아니라 법조계 등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르면 24일 의원총회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를 당론으로 정할 예정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소위 의결을 거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전망이다. 늦어도 다음 달 5일에 처리하는 기조로 법안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당이 속도전으로 개정안 처리를 추진하지만, 경찰 부실 수사 등을 우려하는 의견은 당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약자 범죄 등을 위해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법안을 발의한 홍기원 민주당 의원 등은 23일 국회에서 ‘범죄 피해자가 바라보는 바람직한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홍 의원은 “한 직무대행 발언으로 함께한 분들의 실망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사에게 수사권을 조금이라도 남기면 반개혁·반민주로 비난받는 현실이 몹시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