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인디언식 기우제'라도 지내라고?
이재희 사회2부 선임기자
경남 대부분 지역에 폭염중대경보
하늘 메말라 강수량도 역대급 부족
오존경보·녹조까지 기후위기 실감
선제적 기후 대응 정책 집행 절실
부울경은 현재 용광로다. 오죽하면 슈퍼급 태풍을 고대할까. 우리나라 122년 기상 관측 사상 하루 최고 기온이 3회나 갱신됐다. 양산시 상황이다. 양산시 일 최고기온은 지난달 31일 41.4도로 122년 만에 일 최고기온 기록을 세운 뒤, 지난 1일에는 41.6도로 그 기록을 갈아치웠고, 다음날인 2일은 42.5도로 신기록을 세웠다. 전국 최고의 기록을 세웠다면 ‘자랑’이란 단어가 먼저 떠올라야 정상이다. 하지만, 양산시는 울상이다.
기상청과 양산시는 혹시나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고장났을까 봐 긴급 점검을 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양산시에서 관측된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신뢰할 만한 기록인지 확인하고, 관측자료의 정확성과 장비의 정상 작동 여부를 최근 확인한 것이다. 아쉽게도 기계는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었다.
점검 결과 장비의 설치 기준인 지면에서 1.2~2m 높이를 잘 지키고 있었고, 운영 기준도 준수해 관측자료의 신뢰성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의 열기를 식히기 위한 살수차가 동원됐다. 양산시가 도로 살수를 시작하자, 인근 밀양시 주민들도 마음이 급했다. “우리도 더운데, 왜 없냐”란 주민들의 원성에 밀양시도 살수차를 동원하기 시작했다.
사실 경남 무더위의 대명사는 밀양이었다. 영화 ‘밀양’으로 전국에 알려진 밀양은 한때 경남에서도 기온이 높기로 소문이 나 한자어 그대로 ‘볕이 빽빽한 고장’으로 읽히기도 했다. 그 더위의 대명사를 이번에 ‘양프리카’(양산이 덥다고 아프리카에 빗댄 표현)에 뺏긴 밀양의 마음이 시원할지 섭섭할지 궁금하다.
더위가 특정 고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울경 대부분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8개 시군 가운데 14개 시군이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될 정도로 뜨겁다. 폭염중대경보는 하필 올해부터 기상청이 도입한 폭염특보의 최상위 경고 단계이다. 기상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폭염에 대응하여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이 제도를 적용했다. 기존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태에서 일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거나, 일 최고기온이 39도 이상이 되는 조건 중 하나라도 하루 이상 예상될 때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다.
폭염경보는 일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할 때 발령하는데 그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폭염중대경보에 밀양도 예외는 아니어서 연일 어르신들의 외출 자제를 당부하는 동장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 시골집 오래된 에어컨이 고장 났다. 찬 바람이 나왔다 안 나왔다 하는 상태라고 했다. 노모는 혹 실외기가 폭염에 뜨거워서 그런지 모르겠다며 마대로 그늘까지 만들어 주었으나 상태는 영 시원찮았다. 이대로 여름을 나겠다고 교체를 마다했지만, 신형 에어컨을 잽싸게 온라인 구매했다. 이틀 만에 설치된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는데 설치가 하루 미뤄졌다. 처음엔 이대로 여름을 지내겠다고 고집했지만, 배송이 하루 늦어지자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이 완전 이해됐다.
폭염의 지속에는 가뭄이 한몫하고 있다. 대지의 열기는 비로 식혀야 하는데 비가 도무지 오지 않는 것이다. 가물어도 너무 가물다. 통계도 가뭄을 이야기 하고 있다. 올해 경남의 누적 강수량은 최근 6개월 동안 556mm였다.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평년 강수량은 853.8mm여서 평년의 65.1%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옛사람의 방식이라도 따라야 했던 모양이다. 지자체 곳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시작은 창녕군에서 했다. 지난달 28일 창녕사직단에서 성낙인 창녕군수가 초헌관, 창녕군의회 박재홍 의장이 아헌관으로 하늘에 비를 구하는 기우제를 지냈다. 폭염 대명사가 된 양산시도 이에 질세라 지난달 30일 가야진사에서 나동연 양산시장이 기우제를 지냈다. 기우제 이후 양산은 단 10분간이지만, 비가 왔다고 한다. 조금만 더 주시지. 지난 3일 차석호 함안군수도 함안 충의공원 당산유적에서 기우제를 올렸다. 그래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라도 지내자 ‘인디언식 기우제’는 비가 내릴 때까지 지낸다고 하니.
다행인 것은 경남의 상수도 상황은 아직은 건재하다. 낙동강이라는 천혜의 자원이 있고, 도서 지방도 수차례의 가뭄에 대비가 잘 돼 있기 때문이다. 산간 지방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물차가 출동하고, 연일 폭염과 가뭄 대책 회의가 진행되지만, 하늘은 좀체 비를 내려 주지 않는다. 오존경보, 녹조경보도 일상화 됐다.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현상이다. 지난 지방선거 기간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은 다양한 기후공약을 제안했지만, 지차제장 후보의 기후공약 제시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낙제점이다. 탄소다배출 지역인 경남의 획기적인 기후 대응 정책은 토건성 개발 공약에 밀렸다. 하늘은 이 사실을 다 안다. 폭염에 따른 이 고통은 그래서 우리 탓이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