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이어 홍해까지… 중동 ‘두 개의 전쟁’ 확전 기로
미국, 이란 유조선에 보복 공격
이란도 美 기지 겨냥 다시 보복
홍해 두고 사우디-후티 난타전
중동, ‘두 개의 전쟁’ 우려 확산
7일(현지 시간) 이란 남부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지난 2월 28일 미국의 공습으로 파괴된 학교의 잔해 더미를 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동의 전선이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홍해로 번지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이 보복 공격을 거듭하는 가운데 4년 가까이 휴전을 이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까지 대규모 교전에 나서면서 중동이 사실상 ‘두 개의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해상과 육지를 가리지 않고 상대를 겨냥한 공격과 보복을 이어가며 출구 없는 악순환에 빠졌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9일(현지 시간) 요르단 알아즈라크의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요르단도 관영매체를 통해 이란에서 자국 영토로 탄도미사일 20발이 날아왔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자국 유조선 등에 대한 미군의 폭격에 맞서 미 해군 함정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순항미사일과 이지스(Aegis) 전투체계를 갖춘 미군 구축함 DDG-119와 DDG-53을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쿠웨이트와 바레인 근해의 유조선에 대한 추가 공격에 나서겠다고 위협했다. 지난 8일에는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군의 최신형 무인 잠수함 1척을 나포했다고 주장하며 “수중 분야 최신 기술을 탑재한 장비”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8일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공격이 최근 이란의 미 해군 함정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강조했다.
콜롬비아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이란은 미 해군 함정을 계속 타격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그들이 이러한 시도를 할 때마다 유조선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이 지난 5일에 이어 사흘 만에 다시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는 친미 산유국 사우디와 친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이 사실상 전면전에 가까운 공격을 주고받았다. 후티 반군은 8일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카미스 무샤이트, 아브하, 나즈란, 지잔 등 사우디 남부 4개 도시를 타격했다. 사우디 공군기지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정유·전력 시설도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사우디 본토를 겨냥한 최대 규모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3명이 다쳤다고 사우디 당국은 밝혔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도 즉각 반격했다. 사우디 전투기들은 후티가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 동부 주바와 서남부 타이츠 지역을 공습했다. 투르키 알말키 연합군 대변인은 “테러 민병대를 억지하기 위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앞서 바브엘만데브 해협 장악을 시도하는 후티를 저지하기 위해 최근 며칠간 예멘 곳곳의 반군 거점에 대규모 공습과 미사일 공격을 이어왔다. 수년간 소강상태였던 양측의 충돌은 지난달 후티의 휴전 종료 선언 이후 빠르게 격화하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동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도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다. 8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9.46달러까지 올라 7월 2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가는 전장보다 0.92달러(0.95%) 오른 97.92달러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전장보다 1.55달러(1.69%) 오른 배럴당 93.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