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해법 찾고도…부처 '책임 떠넘기기'에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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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조실 ‘지침 개정’ 결론에도 공 넘긴 기획처
국토부 “국회 통과 불확실” 개정 반대
이 대통령 적극행정 주문 무색


10일 부산을 방문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부산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전재수 부산시장으로부터 북항 돔구장(복합형 돔 아레나)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듣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0일 부산을 방문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부산항전시컨벤션센터에서 전재수 부산시장으로부터 북항 돔구장(복합형 돔 아레나)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듣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경남·울산(PK) 지역의 숙원 사업이자 국책 사업으로 추진되는 가덕신공항 건설이 부처 이기주의에 가로막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공사비 증액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놨지만 기획예산처가 이를 사실상 무시한 채 국회로 공을 넘기면서다. 적극 행정을 강조해 온 이재명 정부의 국책 사업이 정작 부처 보신 행정에 가로막히면서 지역 사회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다음 달 예비계약 전까지 정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으면 건설사 대거 이탈로 사업 지연은 물론 공사비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최근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관계자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가덕신공항 공사비 증액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기획처가 총사업비 관리 지침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결론이 났다. 그동안 공사비 증액 문제는 기획처와 재경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책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지역 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국무조정실이 신속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며 부처 간 ‘핑퐁’을 끝내기 위해 나선 셈이다.

하지만 기획처는 이 같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에 가덕신공항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 내부에서 지침 개정만으로 풀 수 있다고 정리한 사안을 두고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며 공을 넘긴 셈이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가를 이유로 6000억 원 이상의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기획처가 지침 개정으로 증액을 떠안았다가 추후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특별법 개정의 경우 국회 통과가 불확실하고,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가 이어지는 사이 사업은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정치권에서는 다음 달 예비계약 체결 전까지 정부 방침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건설사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사가 빠져나가면 다시 입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사업이 늦어지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물가 상승분이 반영돼 공사비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재입찰로 가면 공기 지연에 혈세까지 더 투입될 수 있다는 경고에도 각 부처의 보신 행정으로 국책 사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특히 국무조정실의 조정 이후에도 기획처가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적극 행정과 거리가 먼 행보라는 점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부산 타운홀미팅에서 “국가 사업은 잠깐의 문제가 생겼다고 기분 내키면 하고 기분 나쁘다고 안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사업이 좌초되거나 지연되지 않게 정부에서 최선을 다해 정상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정부 출범 1주년 성과 브리핑에서도 ‘신속하게 일하는 정부(적극행정·추진일정 단축)’를 국정 핵심 기조로 내세운 바 있다.

이에 더해 이 대통령은 “행정은 재량이 본질이다. 법률 취지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행령과 규칙, 지침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각 부처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개혁조치들을 추진해 달라”(6월 30일), “관성에 안주한 낡은 행정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 국민의 요구를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선제적으로 찾아서 개선하는 적극 행정도 매우 중요하다”(6월 23일)고 언급하는 등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밝혀 왔다.

이 대통령이 적극 행정을 주문했음에도 정작 국가 핵심 사업인 가덕신공항은 부처 이기주의에 발이 묶인 형국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국정 운영의 책임자인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를 향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부산 강서)은 “국무조정실이 조율까지 마쳤는데도 기획처가 특별법 개정을 들고나온 것은 보신 행정의 전형”이라며 “협의가 지연되면 지역 건설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고 완공도 늦어질 수 있는 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최대한 신속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 정치권도 건설 지연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이성권 부산시당위원장은 오는 18일 지역 건설사와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국회 간담회를 계획 중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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