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FSD 심판 없는 무법지대…10년간 안전검증 0 ”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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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대 최영석 객원교수

신간서 테슬라 FSD 조목조목 비판
담당 기관 없는 한국 ‘규제 사각’
도로 위의 시한폭탄 그대로 방치
보행자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
독립기관 하루빨리 신설해야

한라대 최영석 객원교수가 테슬라 FSD의 문제를 다룬 신간 <킬 스위치>를 냈다. 본인 제공 한라대 최영석 객원교수가 테슬라 FSD의 문제를 다룬 신간 <킬 스위치>를 냈다. 본인 제공

“지금 테슬라 FSD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도로 위의 ‘시한폭탄’입니다. 한국은 FSD 심판 없는 무법지대예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을 둘러싼 사고와 소송이 잇따르고 있지만, 국내에선 지난 10년간 FSD에 대한 안정성 검증이 사실상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라대학교 최영석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객원교수는 최근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책 〈킬 스위치〉를 펴냈다. 테슬라코리아가 CCS1 충전 규격을 고집하다 뒤늦게 차량을 개조한 일화로 시작하는 이 책의 이야기를 최 교수를 만나 더 깊이 들어봤다.

최 교수는 FSD 논쟁의 핵심으로 한국의 규제 공백을 짚었다. 그는 “신기술이 들어오면 규제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은 많지만, 정작 어떤 규제가 문제인지 FSD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적다”며 “미국산 FSD를 책임지고 담당하는 주무 기관이나 부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FSD 차로변경 기능을 안전기준 부적합으로 처음 명시한 조치에 대해서는 “좀 더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며 “FSD 도입 초기에 검증 미비를 분명히 밝혔어야 했는데, 뒤늦게 최소한의 조치만 취한 셈”이라고 일갈했다. “한미 FTA 섹션 B 조항상 도로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있으면 한국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국토부가 이 조항으로 미국에 자료를 요청한 적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그는 이 같은 흐름을 과거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와 비슷하다고 봤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12월 테슬라 FSD를 허위광고로 판단해 면허 정지를 결정했고, 두 달 뒤에는 ‘오토파일럿’ 표기까지 삭제하도록 했다. 최 교수는 유럽에서 못 판 디젤차를 한국에 밀어냈던 것처럼, 테슬라 FSD도 규제 공백을 노려 한국에 먼저 배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일론 머스크가 투자자들 앞에서 사실상 문제를 인정한 만큼, 이 사안이 미국에서 증권법 위반 논란과 강제 리콜로 번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최 교수는 FSD 문제의 또 다른 배경으로 한국의 ‘자기인증제’를 짚었다. 그는 “미국도 택하고 있는 ‘자기인증제’는 제조사가 스스로 인증하고 문제가 생기면 소송으로 책임을 가리는 방식”이라며 “긴급제동장치는 인증 항목에 있어도 FSD 같은 운전보조 기능은 애초에 인증 항목 자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미국·캐나다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 제도를 채택한 국가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검증받은 적 없는 기능이 FTA로 그대로 통과됐다”면서 “규제가 허술한 나라에서 신약 임상시험을 하듯 한국의 규제 공백을 틈타 FSD 실험실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행자와 상대 운전자 등 제3자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봤다. 최 교수는 “미국은 한국과 도로법이 달라서 중앙선을 넘어도 금지 표시가 없으면 문제 되지 않는다”며 “테슬라의 FSD는 역주행과 팬텀 브레이크, 지하주차장 구조물 미인식처럼 한국 도로에 특화된 오류가 반복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화면을 계속 주시하며 감독해야 하는 구조 자체에 한계가 있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기능이 이미 도로에 나와 있다는 걸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들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하면서도 사회 기부나 업계 협회 가입 등 사회공헌 활동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최 교수는 혁신 기술과 사회적 책임은 별개의 문제라며 “판매량에 걸맞은 정비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레벨4 자율주행 3000대의 시범 서비스도 예정되어있는 만큼,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를 통합한 독립기관을 하루빨리 신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도가 기술보다 앞서야 하는데 지금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중국 등 다른 나라도 규제 공백을 틈타 곧 테슬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들어올 겁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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