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만공사 통합 역효과' 결론 뒤집는 정부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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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고서도 '통합 효과 매우 미미' 결론
분석·소통 없이 효율 앞세운 재추진 '저항'

열린 부산의 상징이자 최고 인프라인 부산항. 신항 4부두 상공에서 바라본 윗쪽 부두 뒤로 진해신항이 건설돼 북극항로 시대의 물동량을 감당하게 된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열린 부산의 상징이자 최고 인프라인 부산항. 신항 4부두 상공에서 바라본 윗쪽 부두 뒤로 진해신항이 건설돼 북극항로 시대의 물동량을 감당하게 된다. 부산항만공사 제공

정부의 부산·울산·인천·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 통합안에 대한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4개 항만공사 노동조합은 물론 각 지역 해운·항만 업계, 시민사회, 정치권까지 가세해 날이 갈수록 세를 불리고 있다. ‘한진해운 강제 해체’가 떠오를 정도다. 이런 전방위 반발은 정부가 불렀다. 분명한 통합 목적도 제시하지 않고, 소통 없이 추진한 결과다. 예산 절감과 효율성만 잣대로 통합을 밀어붙인 때문이다. 4개 항만 특성은 사라졌고, 4개 항만공사 전문성도 묻혔다. 세계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 싱가포르항과 상하이항, 로테르담항 등은 민영화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데, 우리만 국영화를 강화하겠다는 ‘거꾸로 행보’다.

따질수록 이번 통합 추진이 졸속임이 분명해진다. 2011년 국토해양부가 중앙대 연구진에 의뢰해 4개 항만공사 통합 가능성을 진단한 결과, 이미 ‘통합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는 결론이 났다. 통합 시 인건비, 행정 비용, 업무공간 비용 등으로 50억 4000만 원이 줄어들지만, 의사 결정의 비효율, 우수 항만공사 효율성 하락 등으로 역효과가 크다는 게 골자다. 부산항·울산항에는 통합이 ‘독’이 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4개 항만공사 체제 유지 시, 부산·울산 항만공사 효율성은 1.0으로 ‘통합 항만공사’ 효율성(0.635)을 크게 웃돌았다. 십수 년 전 두 항만공사의 경쟁력과 노하우가 이미 증명된 셈이다. 타 항만공사와의 통합으로 전체의 효율 저하도 우려된다.

당시 보고서는 지방분권 측면에서도 통합이 부정적이라는 전망도 담았다. 4개 항만공사 통합이 지방화·지역화라는 국가 목표에 역행하고, 특화된 항만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방정부와의 갈등, 내부 반발 같은 부작용도 우려했다. 이번 정부 발표 이후, 이 같은 보고서의 예측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똑똑히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 정부가 최소한 전문기관에 맡겨 통합에 따른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져보기라도 했다면 모르겠다. 20년 운영 노하우와 경험을 쌓은 공공기관들을 통합한다면서 ‘감’만으로 하겠다는 꼴이다.

마침 세계 항만공사 수장도 “항만공사 통합보다는 분리 운영이 옳다”는 의견을 냈다. ‘14회 부산항만컨퍼런스’ 참석 차 부산에 온 옌스 마이어 국제항만협회 총재는 “항만 분리 운영이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당 경쟁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효율성을 키울 수 있는 방안으로 분리 운영을 제시한 것이다. 각국 항만공사들이 경쟁 격화에 대비, 조직을 슬림화하고 경영 마인드를 강화하는 추세다. 정부가 내세운 통합 명분인 ‘기능 중복 해소, 과당경쟁 완화, 조직 효율화’ 자체가 잘못 설정된 것이다. 북극항로 개척으로 해양수도를 구축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에서 우리 항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항만공사 통합을 추진하는 건, 자가당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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