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의원들 “호르무즈 파병 반대”… NSC 상임위 회의는 연기
17일 국회서 연이은 반대 목소리
야당 “정부·여당 의견 달라 불안”
외교부 “아직 검토나 숙의 단계”
정부, NSC 연기하며 ‘속도 조절’
조현 외교부 장관이 17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위해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마이크 앞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이 요구한 ‘호르무즈해협 파병’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지만, 범여권에선 파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앞둔 정부는 해당 현안을 논의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기하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외교부를 상대로 현안 질의에 나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호르무즈 파병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이라크 파병 때는 9·11 테러로 미국이 침략당한 전쟁이었기에 한미동맹과 인도적 차원에서 파병의 정당성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오히려 미국이 침략한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기헌 의원은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절대 반대”라며 “호르무즈해협 바로 앞 카타르에만 약 2000명의 재외국민이 살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전 이후 중동의 파괴된 석유·송유·조선 시설 복구에 한국 기업들이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 차지호 의원도 “우리가 파병하든 비전투적 개입을 하든 이란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란이 우리가 배치한 그룹들을 공격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정부가) 이미 파병을 결정해 놓고 국민 여론 간을 본다는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국민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파병 문제는 당정 간 조율한 뒤 상임위에서 말해야 하는데, 이재명 정부 집권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대체적 의견이 ‘반대’”라며 “집권당과 정부 의견이 이렇게 판이하게 다르면 국민들이 어떻게 믿겠는가”라고 말했다. 같은 당 고동진 의원도 “민주당 의원님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시는 모습을 보니 ‘내부적으로 이게 조율이 안 된 사안인가’ 싶다”고 비판했다.
외교부 박윤주 1차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외교부 박윤주 1차관은 이날 파병 문제에 대해 “아직 정부 입장 자체가 내적인 숙의나 검토 수준에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파병’이란 용어가 쓰이는 데 대해 “국제사회와 얘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여’라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 관계 측면보다 항행 안정, 에너지 수급선 안전, 지역 교민·국민 안전 창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뜻도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17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조 장관은 호르무즈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여러 요소를 감안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적 협력에는 참여하되 우리 국민의 안전, 또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항행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확정하려면 NSC 상임위를 거쳐야 하는데, 회의가 연기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당 사안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 논의될 전망이다. 그에 앞서 18일 오전 기자회견에 나서는 이 대통령이 관련 의견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