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안 와서 좋다고?... 한반도 바다는 고수온·저염수에 신음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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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OST, 태풍 감소에 따른 해양 환경 분석
고수온·저염수·빈산소 영향 심각
“바닷물 섞이지 않으면서 더 큰 태풍 올 수도”

9일 중국 동부 저장성 동부 타이저우시 유환 마을에 제13호 태풍 ‘돌핀’이 상륙해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9일 중국 동부 저장성 동부 타이저우시 유환 마을에 제13호 태풍 ‘돌핀’이 상륙해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기상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24호 태풍 ‘크로반’ 이동경로. 당초 우리나라로 올거란 분석도 나왔지만 한반도를 덮은 차가운 고기압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남쪽으로 밀어내면서 태풍 경로가 일본 쪽으로 바뀌었다. 기상청 제공 기상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제24호 태풍 ‘크로반’ 이동경로. 당초 우리나라로 올거란 분석도 나왔지만 한반도를 덮은 차가운 고기압이 북태평양 고기압을 남쪽으로 밀어내면서 태풍 경로가 일본 쪽으로 바뀌었다. 기상청 제공

최근 3년간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이 단 한 건도 없는 가운데, 바닷물이 위아래로 섞이지 못하면서 연안 바다의 고수온·저염분화와 저층의 산소 부족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한반도의 태풍 영향 감소에 따른 해양 환경 분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KIOST 분석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우리나라 해안선 200해리 이내를 통과한 태풍은 연평균 2.33개에 그쳤다. 이는 기후 평년(1991~2020년 30년 평균)의 연평균 3.27개보다 28.6% 적은 수치다.

태풍의 위력과 영향력도 크게 줄었다. 통과 태풍의 평균 체류시간은 평년 66.44시간에서 최근 3년간 31.26시간으로 53.0% 급감했다. 풍속과 지속시간을 반영한 누적태풍에너지(ACE)는 평년 대비 67.2% 낮았으며, 통과 시 평균 강도 역시 55.71노트(kt)에서 45.80노트로 약화됐다. 이 같은 세력 약화로 지난 3년간 한반도에 직접 상륙한 태풍은 전무했다.

전문가들은 태풍의 빈도와 체류시간이 줄어들면서 표층과 저층의 해수가 섞일 기회가 차단된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통상 태풍의 강한 바람과 파도는 상·하층 해수를 뒤섞어 표층 수온을 낮추고, 육지 담수 유입으로 형성된 표층의 저염분층(성층)을 깨뜨리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혼합 작용이 멈추면서 해수의 표층은 뜨겁고 염분은 낮은 상태로 고착되고, 표층 산소가 바닥으로 전달되지 못해 저층의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 산소가 고갈되는 ‘빈산소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피해는 해수 순환이 제한적인 연안과 만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다.

김성훈 KIOST 해양기후예측센터장은 “고수온·저염수·빈산소가 장기화하면 양식 생물의 스트레스와 폐사 위험이 급증하고 저층 생태계와 수질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며 “태풍 감소로 인한 해양 환경 변화를 새로운 환경 현안으로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풍 부재의 장기화는 향후 닥칠 태풍의 위력을 키우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상층 바다에 축적된 열에너지가 다음 태풍의 강력한 연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김경옥 KIOST 해양순환기후연구부장은 “평소에는 태풍이 지나가며 찬 저층수를 끌어올려 해수면을 식히고 스스로의 발달을 억제하지만, 따뜻한 수층이 두껍거나 표층 저염수층이 해수 혼합을 가로막고 있으면 바다가 식지 않는다”며 “이 경우 후속 태풍이 해양 열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아 더 큰 태풍으로 급격히 발달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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