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따갑다면 일단 병원행… 처방약 마음대로 끊으면 안 돼
인플루엔자
독감 A형·코로나19 초기 증상 유사
3일 이상의 고열·호흡곤란·청색증
하나라도 해당하면 즉시 응급실로
조기 예방접종·신속 진단이 중요해
호흡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외출 후 손씻기, 실내 주기적 환기, 마스크 착용 등 기본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 부산 메리놀병원 이비인후과 박태정 과장은 “발열, 인후통, 몸살 증상이 있을 때에는 가까운 의원에서 정확한 진단 하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리놀병원 제공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의원급 의료기관 표본감시 결과 2026년 37주차(9월 6~12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이 외래환자 1000명당 31.0명으로, 전주 대비 22.5%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7명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면역 부채’로 집단 방어력 약해져
보통 11월 중순 이후 본격화하던 독감이 9월 초부터 조기 유행하고 있다. 메리놀병원 이비인후과 박태정 과장은 독감 A형의 조기 대유행의 요인 중 하나로 ‘면역 부채’를 언급했다. 팬데믹 기간 고강도 방역 조치로 호흡기 바이러스 노출이 차단되며 전 인구적 집단 자연 면역이 약화됐다. 박 과장은 “온실 안의 화초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며 “특히 유소아층은 면역계가 형성되어야 할 시기에 바이러스 접촉 기회를 잃어 면역 경험이 부재한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절기 독감 세부 아형의 불균형으로 인한 면역 공백도 영향을 줬다. 박 과장은 “A형 독감은 크게 H1N1과 H3N2로 나뉘는데, 지난해는 H3N2가 주를 이뤘다”며 “그 결과 H1N1 바이러스에 대한 자연 감염을 통한 면역 보강이 이뤄지지 못했고, 집단 방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이른 가을 바이러스가 침투하며 조기 대유행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독감 집단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 37주차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을 연령별로 보면 7-12세가 79.6명으로 가장 높다. 그 뒤를 1-6세(55.2명), 13-18세(39.8명) 순으로 잇는다. 온도 변화가 심한 환절기 환경에 밀집 생활을 하는 학교의 특성이 결합했다.
독감과 함께 코로나19도 동시 유행하고 있다. 37주차 병원급 표본감시기관의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287명에 달한다. 최근 8주 연속 입원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박 과장은 “약 5~6개월을 전후로 유행과 소강을 반복하는 코로나의 주기가 가을철 독감의 조기 유행과 우연히 겹친 것”이라며 “치명률 자체가 팬데믹 초기처럼 높은 것은 아니지만, 두 바이러스가 동시에 확산하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초기 증상 유사… 진료로 판단을
환절기에 흔한 계절감기와 독감 A형, 코로나19는 초기 증상이 매우 유사해 임상적으로 구분이 어렵다. 박 과장은 “바이러스 종류와 상관없이 점막에 염증이 생기면 침을 삼키기 힘들 정도의 인후통과 이물감이 첫 증상으로 나타난다”며 “주관적 증상에 의존해 자가 진단하기보다는 증상 발현 초기(24~48시간 이내)에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고열 없는 독감이나 인후통만 나타나는 코로나 환자도 많이 볼 수 있다. 계절감기, 독감, 코로나는 치료 대응 방식에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신속 진단 키트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계절감기는 대증치료를 받으며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호전된다. 박 과장은 “최근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가 건강한 저위험군 환자에게 실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처방 기준이 대폭 축소되었다”며 “60세 이상이라도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당뇨 환자, 희귀질환자나 항암치료 중인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코로나 치료제 처방에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독감 치료의 핵심은 확진 후 48시간 이내에 타미플루나 조플루자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신속히 투여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처방받은 약을 자의로 중단하지 않는 것이다. 박 과장은 “하루이틀 복용 후 증상이 조금 나아졌다고 약을 끊으면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멸하지 않아 증상이 다시 악화하거나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기존 약제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박 과장은 또 영양 수액 치료를 무작정 요구하는 행태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액은 심한 탈수나 식사가 불가능할 때 고려하는 보조 수단일 뿐이며, 적절한 약물 복용과 휴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 과장은 “가습기를 틀거나 젖은 빨래를 방에 널어 건조해진 실내 습도를 올려주는 것도 증상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상기도 감염이 폐까지 내려가 폐렴이 되면 몸은 위험 신호를 보낸다. △해열제를 복용했으나 38.5도 이상 고열이 3일 이상 지속될 때 △가만히 쉬고 있는데도 숨이 차고 헐떡이는 호흡곤란이 올 때 △체내 산소 부족으로 입술·손끝이 파래지는 청색증이 나타나거나 의식이 흐려지고 환각·혼란 등 섬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는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되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
■증상 있으면 수면·식사 공간 분리
인플루엔자로 확진되면 학교보건법에 따라 등교할 수 없다. 차후에 진단서나 의사소견서를 학교에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등교 중지 기간은 해열제 복용 없이 정상체온 회복 후 24시간이 지날 때까지이다. 박 과장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가정 내에서도 즉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가족과 수면·식사 공간을 분리하고 수건 등 위생용품을 따로 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에 독감 등 호흡기 감염병이 더 확산할 수 있다. 질병청은 연휴기간 요양시설이나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당부했다.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추석 연휴 중이라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조기에 진단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독감 등 예방을 위해 외출 후 손씻기, 기침 예절 지키기, 주기적인 실내 환기, 마스크 착용 등 기본적인 호흡기감염병 예방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박 과장은 “감염병에 맞서기 위한 가장 확실한 무기는 조기 예방접종과 신속 진단”이라며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약 2주가 소요되니 65세 이상 어르신, 소아, 임신부, 만성질환자는 예방접종을 서둘러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21일부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내달 12일부터는 코로나19 국가예방접종도 시작한다. 예방접종은 몸 상태가 좋은 날에 받고, 접종 후 과도한 운동·목욕은 피하고 휴식을 취한다. 접종 부위 통증이나 미열·근육통은 면역 형성 과정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보통 2~3일 안에 호전되며 필요하면 해열진통제를 복용한다.
단, 호흡곤란이나 전신 두드러기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니, 접종 후 최소 30분은 접종기관에 머물며 이상 여부를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 과장은 “귀가 후 일반 해열제에 반응하지 않는 39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는 바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