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넘길 건데…" 공소청 '마지막 90일 수사' 무용지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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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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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법 연착륙용 최소 유예 기간
일선 “굳이 마무리까지” 소극적
기소 위한 보완 요구 증가 예상 속
법조계 ‘사건 핑퐁’ 장기화 우려

지난 2일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검찰청’ 간판이 ‘부산광역·지방공소청’ 간판으로 바뀌었다. 이원준 기자 지난 2일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검찰청’ 간판이 ‘부산광역·지방공소청’ 간판으로 바뀌었다. 이원준 기자

검찰청 폐지 이후 공소청에 기존 사건을 한시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90일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법조계에선 일선 검사들의 수사 동력 저하로 사건 처리 지연 우려가 나온다.

공소청 출범 과정에서 수사 인력 규모가 줄어든 데다, 검사의 역할이 수사보다 기소 판단과 공소 유지에 집중되면서 이전보다 미온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일 공소청(옛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검찰의 미제 사건은 16만 4822건이다. 2021년(3만 2424건)에 비하면 5년 만에 약 5배 이상 폭증한 수치다. 전국 지검별로는 수원지검이 2만 7771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전·인천·대구·의정부지검에 이어 부산지검도 1만 652건으로 전국 6위의 미제 적체를 기록했다.

현재 공소청 검사는 원칙적으로 직접 수사할 수 없다. 다만,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임박했거나 사건의 성질상 불가피한 경우 법 시행일부터 90일까지 공소제기 여부 결정 또는 공소유지에 필요한 수사를 계속할 수 있다. 공소청 개청 이후 사건의 효율성을 위해 진행 중인 사건의 혼선을 줄이고 연착륙을 돕기 위한 최소한의 유예 장치를 둔 것이다.

공소청이 개청하기 직전인 지난달 29일 대검은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중수청 개청준비단과 직접 수사 개시 사건 이관 관련 회의를 열었다. 이후 대검은 사건을 이송, 지도·조언, 보완 수사 요구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처리하도록 하는 업무 지침을 일선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직접 수사가 본래 업무에서 사라진 상황에서 공소청 검사들이 남은 사건을 직접 보완해 마무리할 동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공소청 출범 과정에서 수사 인력 규모가 줄어든 데다, 수사와 기소 여부에 대한 책임이 커지면서 수사가 부족한 사건에 대해서 이전보다 신중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사건 처리를 두고 “굳이 손을 댈 필요가 있나”라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평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어차피 앞으로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데다 추가 수사가 필요한 사건은 결국 경찰이나 중수청에서 맡게 된다”며 “90일이 주어졌다고 기존 사건을 적극적으로 더 수사하려는 분위기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공소청 관계자는 “90일은 기존 사건을 모두 처리해야 하는 기한이 아니라 기존에 수사하던 사건 가운데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수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한 기간”이라며 “기존 사건이라고 해서 모두 직접 수사를 이어가는 것은 아니다. 기록을 검토해 공소제기가 가능한 사건은 처리하고, 추가 수사가 필요한 사건은 경찰이나 중수청 등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보완 수사 요구가 늘어날 경우 공소청과 수사기관 사이의 ‘사건 핑퐁’으로 사건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소청 검토 → 보완 수사 요구 → 추가 수사 → 공소청 재검토’ 절차가 반복되며 사건 처리가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 출범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역시 사건 기록 관리와 강제수사 등 실무 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검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기소 책임을 지는 검사 입장에서는 무죄 판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수사가 조금이라도 부족하면 사건을 수사기관으로 돌려보낼 가능성이 높다”며 “권리 구제를 받기 위해 수사기관을 찾았는데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 재산상·신체상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지게 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고 지적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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