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첫 파업 앞둔 포스코 “장인화 회장이 결단해야”
포스코노조 김성호 위원장 인터뷰
“경영진 진정성 있는 대화 나서야”
9일부터 48시간 부분 파업 돌입
포스코 “파업으로 생산차질 없어”
포스코노동조합 김성호 위원장이 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파업 전 결의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포스코노동조합 제공
포스코가 1968년 회사 창립 이후 첫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노동조합은 노사 갈등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쥐고 있다며 장인화 회장 등 최고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포스코노동조합 김성호 위원장은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부산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이번 파업에 대해 “단순히 급여를 좀 더 받고 이런 문제가 아니다”라며 “포스코가 어려울 때 현장을 지켜온 노동자들의 가치를 인정받고 안전·노동 환경을 개선해 노사관계를 다시 정상화하기 위한 투쟁”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포스코센터 앞에서 열린 결의집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한 김 위원장의 조끼에는 털어내지 못한 머리카락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오늘 잘려나간 제 머리카락과 함께 사측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모두 베어냈다”며 “이제 공은 장인화 회장에게 넘어갔다”고 말했다.
노조는 그간 임금·단체협상을 벌여왔지만 회사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고, 중앙노동위원회 조정도 결렬되면서 파업을 목전에 두게 됐다.
김 위원장은 노사 간 갈등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배경에 포스코홀딩스가 있다고 짚었다. 주요한 투자와 사업 방향이 포스코홀딩스 차원에서 결정되는 만큼 이번 갈등을 포스코 노사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말이다.
특히 그는 “회사의 철강 산업에 대한 투자가 향후 3년간 해외는 6조 7000억 원이 예정돼 있는데 국내는 9000억 원에 불과하다”라며 지주사가 포스코로부터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받아가면서 시설, 안전, 노동 환경 개선에는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자신이 포스코 그룹사 전체 노동조합연대의 의장을 맡고 있음에도 포스코홀딩스가 노사 문제에 대해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이 사태를 풀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김 위원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재투자를 요구하는 이번 투쟁이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수년간 포스코를 지켜온 노동자와 포스코를 지지해온 지역사회에 다시 투자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국내 철강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말했다.
파업을 하루 앞둔 심경을 묻자 김 위원장은 “파업을 바라는 노조 위원장은 없다”며 “착잡하다”고 답했다. 58년 동안 묵묵히 일해온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가 파업으로 이어질 때까지 노사 간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는 파업이 끝나면 함께 일할 직원들인 만큼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회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노조 요구안을 모두 수용하면 1조 4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회사 주장에도 반박했다. 교섭은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회사가 숫자만 반복해 부각하면서 노조가 회사 존립을 위협하는 것처럼 몰아간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 과정에서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사업 환경의 악화 등으로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9일 오전 7시부터 광양제철소 산세공장과 포항제철소 전기강판공장을 대상으로 48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참여 인원은 100여 명이다. 회사가 전향적인 답을 내놓지 않을 경우 16일 120시간의 2차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10월부터는 전면파업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측은 “회사는 노조가 예고한 부분파업에 대비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노조의 요구를 경청하고 투명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