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coin' 온라인 가상 화폐 '비트코인' 넌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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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지난 4월 비트코인 전문 거래소가 문을 열면서, 하루 평균 3억 원가량이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비트코인 거래 사이트에서 시세를 확인하는 사람들.

19세기 금광을 찾아 몰려든 이들로 미국 서부 일대에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켰던 '골드러시'처럼 21세기 IT시대의 새로운 '노다지'가 열린 것일까?

온라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 열풍이 심상치 않다. 일본과 미국, 중국 등지에 비트코인 거래소가 개설됐고, 키프로스 금융위기 때 안전자산을 찾는 이들이 비트코인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2010년 0.05달러 안팎이던 1비트코인의 가치가 올해 초 10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솔깃하긴 했지만, 나라 밖의 일이라 여겼다.

"IT시대 새 노다지다"

송금·환전 수수료 들지 않고
세계 곳곳 '거래소' 속속 등장
발행량 제한 두고 익명성 보장

"언젠가는 사라질 거품이다"

실체 없이 컴퓨터로 '채굴'
발행·관리 시스템도 없어
투기성 짙어 투자 유의해야

하지만 지난 4월 국내에도 비트코인 전문 거래소가 생기고, 지난 1일에는 인천의 한 빵집이 비트코인으로도 매장 내 제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비트코인은 시나브로 우리 곁으로 다가와 있다. 

5일 현재 비트코인의 달러 환산 시세는 1천230달러. 올 초와 비교해 10개월 만에 120배가 뛰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비트코인 가치는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고 있다. 혹자는 금이나 은의 뒤를 잇는 대체 화폐의 탄생을 이야기하고, 혹자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투기처럼 한순간의 거품으로 사그라질 광풍이라고 한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그렇다고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 뽑아 먹을 수도 없는, 0과 1의 숫자 조합인 비트코인이 도대체 뭐길래?

■ 온라인 가상 화폐 '비트코인'

비트코인(Bitcoin)은 사이버 머니 같은 가상 화폐다. 코인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형태도 없고, 그냥 온라인상에서 숫자로만 존재한다. 신용카드의 마일리지나 '싸이월드'의 도토리를 생각하면 된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일본인에 의해 고안돼, 2009년 1월부터 발행됐다. 컴퓨터가 출제하는 암호 문제를 컴퓨터를 동원해 풀어야 한 개씩 만들어진다. 이 과정이 사이버 금광에서 금을 캐내는 것과 비슷해 '채굴'(mining)이라 부른다. 처음 4년 간은 10분마다 코인을 캐낼 수 있는 새로운 블록이 생성됐으며, 새로운 블록 1개당 50비트코인이 채굴됐다. 지금은 1블럭당 25비트 코인이 발행된다.

비트코인 발행량이 늘어날 수록 암호의 자릿수도 점점 늘어나 시간이 길수록 비트코인 한 개를 캐내는데 걸리는 시간도 길어진다. 금광 역시 처음에는 지표면과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캐낼 수 있지만, 땅속 깊이 캐고 들어갈수록 기술적 시간적으로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기축통화인 달러는 미국 정부의 공신력을 믿고 쓰는 것인데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는 뭘까? 비트코인은 발권자가 명확치 않다. 화폐는 중앙은행이 관리하고 상품권은 백화점에서 발행과 유통을 관리하지만, 비트코인은 중앙 통제 시스템이라는 것이 없다. 전세계 네트워크 상의 이용자들이 공동으로 발행, 유통하고 거래하면서 활용도를 높혀가는 묘한 구조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가 가상 디지털 화폐의 가치와 사용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쓰는 화폐 역시 가치 축적과 교환의 수단이라는 공동의 믿음에 기반하고 있을 뿐, 이것이 무너지면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활용도 만큼이나 발권량도 화폐의 가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게임머니 같은 경우 '아이템 공장'이나 운영업체 측에서 게임머니를 마구잡이로 찍어내면 화폐 가치는 일순간에 급락하고 만다.

비트코인은 이런 한계를 몇가지 기술적 방법으로 극복했다.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와 달리 2천100만 개까지만 발행하도록 못박아놨다. 2009년 처음 등장한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약 1천200만 개가 유통되고 있다.

■ 비트코인 어떻게 얻나?

비트코인을 얻는 방법은 금을 캐는 것처럼 직접 채굴하는 방법과, 돈을 주고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등에 있는 거래소에서 사들이는 방법이 있다.

채굴은 컴퓨터에서 순차적으로 문자를 대입해 보는, 단순 반복적인 연산 작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비트민터 클라이언트' 같은 비트코인 채굴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깔고, 실행하면 CPU와 GPU(그래픽 처리장치)가 돌아가면서 문제 풀기를 시도한다. 기자가 직접 노트북으로 채굴을 시도해봤지만, 하루 종일 컴퓨터를 돌려도 벌리는 양이 소수점 7자리 정도였다. 원화로 환산하니 채 1원이 안됐다.

이래서는 전기료도 감당 못하는 수준이다. 주변의 채굴 경험자 이야기를 들어봐도, 최신형 PC 여러 대를 동원해도 한 달에 캐낼 수 있는 양이 고작해야 몇백 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대개 비트코인 채굴은 슈퍼 컴퓨터 여러 대를 동원하는 전문 채굴팀이나, 온라인게임의 대규모 사냥처럼 채굴자들이 여럿 모인 '채굴 풀'을 통해 이뤄진다.

다른 방법은 비트코인 거래소에서 다른 이들의 비트코인을 사는 것이다. 국내에도 지난 4월 사설 거래소인 '코빗'이 생겼다. 이용 방법은 주식 거래와 비슷하다. 비트코인을 얻으려면 우선 인터넷상에 전자지갑을 개설해야 하는데, 개설 과정에 별다른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아 익명성이 보장된다.

주식 매매처럼 사려는 이와 팔려는 이가 각각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를 내고, 가격이 맞으면 거래가 성사된다. 5일 현재 1비트코인 당 13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하루 평균 3억 원가량이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일부 대학에서는 비트코인으로 등록금을 받거나 정치 후원금을 걷는 등 사용처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난 1일 비트코인 결제를 시작한 인천의 한 빵집을 제외하고는 아직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 화폐처럼 사용하기는 시기상조다.

■ 디지털 화폐 촉매제? 한순간의 광풍?

현재의 비트코인 열풍은 투기성이 짙다. 불과 3년만에 시세가 3만 배 가까이 폭등하면서 주식시장의 '작전주'처럼 시세 차익을 노리는 고위험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열풍을 키웠다. 다른 가상화폐인 '비비큐코인'과 '보니클'과 비교하면 지금의 비트코인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

국내 최초로 인천의 한 빵집에서 비트코인 결제시스템을 도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이 점포에서 사용하는 환전용 앱. 연합뉴스
비트코인은 미래 화폐로서의 가능성이 큰 만큼 불확실성도 크다. 잘 되면 기존 화폐를 대체 혹은 보완할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에는 사이버머니처럼 일정 커뮤니티 안에서만 통용되는 소수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다. 별도의 송금이나 환전 수수료가 들지 않고, 세계적으로 통용된다는 점에서 달러의 뒤를 잇는 글로벌 디지털 화폐 시대의 개막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는 그것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 통제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중에 돈이 귀해지면 중앙은행을 통해 화폐를 공급하고, 반대로 시중에 돈이 너무 풀려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으면 금리를 올려서 돈을 빨아들인다. 백화점은 상품권을 받는 걸 거부하면 부도를 맞고, 상품권 소유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어느 날 운영이 스톱돼 말 그대로 비트 조각이 되더라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언젠가 내가 들고 있는 화페가 종이조각이 돼버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으면 사람들은 보다 공신력 있는 화폐나 금, 현물로 돌아서게 마련이다.

해킹이나 버그로 비트코인을 도난당하거나 잃어버려도 피해를 보상해주는 시스템이 없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가치의 변동 폭이 너무 극심하고, 보안 문제도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는 등 취약한 면이 많다"며 "비트코인이 기존 통화를 대체하는 것은 최소한 가까운 미래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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