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반하GO 아이도 펀하GO…뻔한 놀이시설 지겹다고? 여기 가 봐!
아빠와 아이, 부산서 알찬 여름방학 나기
큰돈 들이지 않아도 재밌게 보낼 수 있는 숨어 있는 공간들
새단장한 국립수산과학관 비롯 무료 아쿠아리움이 곳곳에
체험 콘텐츠 많은 과학관부터 함께 책 읽는 카페형 서점도
지자체 ‘부산 1000인의 아빠단’선 승마부터 숲속 모험까지
동구 1000인의 아빠단 운동회. 부산시 제공
국립해양박물관 내 대형 수족관. 안준영 기자
“아빠, 오늘은 어디 가?”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많은 아빠들이 은근히 긴장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아이에게는 설레는 한마디지만, 아빠에게는 하루를 책임져야 하는 숙제가 된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 인터넷을 뒤져봐도 떠오르는 곳은 늘 비슷하다. 키즈카페, 쇼핑몰, 수영장…. 하지만 수족구병이 유행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사람이 몰리는 실내 놀이시설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무더위 속 바다나 산으로 무작정 떠나기에도 쉽지 않다.
여름방학이 끝난 뒤 아이는 어떤 장난감을 샀는지보다 누구와 함께 웃고 뛰어놀았는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 이번 방학만큼은 아이들의 요청에 자신 있게 대답해보자. 조금만 눈을 돌리면 부산에는 멀리 가지 않고도,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아이와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공간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아이는 신나게 뛰어놀고, 아빠는 함께 웃으며 추억을 만들고, 엄마는 하루쯤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일석삼조의 데이트 코스다.
F1964 내 YES24 서점. 안준영 기자
■아쿠아리움 부럽지 않은 해양 박물관
‘해양수도’ 부산답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해양 관련 시설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가장 먼저 추천할 곳은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이다. 박물관 3층 대형 수족관에는 70종, 1000여 마리의 해양생물이 살고 있다. 제브라상어와 까치상어, 흑가오리, 플랩노즈레이 등 평소 쉽게 보기 힘든 대형 어종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에 아이들은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사진 한 장 남기기에도 좋은 장소다.
박물관의 또다른 매력은 1층 어린이박물관이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해양 역사와 문화를 놀이와 체험으로 익힐 수 있는 공간으로, 한 시간 단위 예약제로 운영된다. 주말에는 예약 경쟁이 치열한 만큼 미리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4세 딸을 둔 김상윤(37) 씨는 “아이가 아빠와 둘이 와도 엄마를 찾지 않을 정도로 신나게 논다”며 “야외 산책 코스도 잘 조성돼 있어 아이들 에너지를 쏟기에도 제격”이라고 말했다.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기획전시실. 부산일보DB
동래구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도 해양생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장소다. 다양한 어종은 물론 4층 열대생물전시실에서는 도마뱀, 악어, 거북이, 각종 양서류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과 불법 사육으로 구조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는 작은 동물원이나 다름없다.
전시를 다 둘러봤다면 박물관 안 ‘들락날락 아리랑’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어린이 도서 4800여 권과 태블릿 학습존이 마련돼 있고, 해양쓰레기와 해양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디지털 체험전시와 AR 포토존도 운영된다. 별주부전을 활용한 ‘엉금엉금 용궁탐험대’ 체험전시실도 인기 코스다.
기장군 국립수산과학관은 교육적인 색채가 더욱 짙다. 어업과 양식기술의 발전 과정, 수산과학, 독도의 의미, 수산식품의 이용과 가공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내용을 흥미로운 전시물로 풀어낸다. 올해는 2015년 이후 10년 만에 6억 원을 투입해 아쿠아리움을 리모델링하는 만큼 더욱 풍성한 생물 전시와 체험형 콘텐츠도 기대된다. 관람을 마친 뒤에는 아라누리 전망대에서 해안산책로를 따라 기장 바다를 걸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기 좋다.
국립부산과학관의 특별 기획전. 부산일보DB
■장마·폭염에도 걱정 없는 실내 코스
장마철이나 폭염이 이어지는 날이면 아이와 갈 곳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은 주차부터 만만치 않다.
기장군 국립부산과학관은 이런 고민을 덜어주는 대표적인 실내 명소다. 상설전시관은 자동차·항공우주, 선박, 에너지와 과학 등으로 나뉘어 있다. 자동차 전시관에서는 전기차와 순찰로봇, 우주선, 비행기, 오토라운지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 특히 남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배를 탄 코끼리, 거북선, 모터보트 시뮬레이터, 인공태양 등 다양한 과학 콘텐츠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6세 아들을 둔 이성민(40) 씨는 “비 오는 날이면 늘 과학관을 찾는데 아이가 갈 때마다 새로운 것에 흥미를 느낀다”며 “놀이처럼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학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부산진구 어린이대공원 인근 부산시교육청어린이창의교육관도 실내 놀이 공간으로 손색이 없다. 부산어린이회관을 리모델링해 새롭게 문을 연 시설로, 1층에는 정글짐과 미끄럼틀, 자동차 놀잇감, 블록놀이, 편백놀이 등 다양한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2층에는 과학과 우주, 스포츠, 상상 등을 주제로 한 전시물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다만 주차 공간이 협소한 만큼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한 뒤 유모차를 이용하는 편이 수월하다.
수영구 F1963도 비 오는 날 가족 나들이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음 달 2일까지는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끄는 ‘현대자동차 캐치! 티니핑’ 전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YES24 대형 서점에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넉넉하게 마련돼 있으며, 테라로사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까지 즐길 수 있다.
아빠와 함께하는 승마체험. 부산시 제공
■“육아도 함께”…1000인의 아빠단
부산시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정책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부산 1000인의 아빠단’이다.
아빠가 주도하는 육아 문화를 확산하고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추진된 사업으로, 2018년 100인의 아빠단으로 시작했다. 육아에 서툰 초보 아빠들이 경험을 공유하며 호응을 얻자 올해부터는 부산 전역의 구·군이 참여하는 1000인 규모로 확대됐다. 참여 대상은 4세부터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부산 거주 아빠들이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부산시는 올해 강서구 부경승마랜드에서 승마와 마차체험, 말끌기, 수의사 체험 등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부산진구는 부산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금정구는 블루베리 농장 체험을 통해 아이와 자연 속에서 교감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금정구 관계자는 “프로그램 종료 후에도 다양한 자연 체험활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가족 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서구의 ‘우리가족 웃음마니 소통 한마당’, 영도구 과자집 만들기, 동래구 재능나눔과 소통이야기, 북구 도심캠핑, 해운대구 해운대 나들이, 기장군 숲속 모험캠프, 수영구 전통 육아놀이 등 각 구·군도 저마다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 출산보육과 관계자는 “아빠 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000인의 아빠단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육아 경험을 공유할 수 있고 참가비 부담도 없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구·군과 협의를 거쳐 내년 초 신규 참가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