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압박 강화하는 미국·이란… 출구 없는 버티기 전쟁
트럼프 “해협 곧 美 영토 선언”
이란 “우리 명령 따라 봉쇄·개방”
양국 대치, 무력전서 경제전 이동
경제 제재 vs 고유가 소모전 양상
1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뉴욕주 가든시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무력전이 아닌 상대의 정치·경제 약점을 겨냥하며 서로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제재를 앞세워 이란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며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인 호르무즈해협을 틀어쥐고 미국의 유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양측의 전쟁이 상대의 경제적 압박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소모전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뉴욕주 낫소카운티 가든시티의 경찰학교에서 “호르무즈해협을 조만간 미국 영토로 선언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그곳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그렇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지 않는 한 어떤 배도 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실제 영유권을 주장했다기보다는 미국이 해협의 실질적인 통제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과장해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은 15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호르무즈해협은 과거에도 이란의 것이었고 현재도 이란의 것이며 앞으로도 이란의 영토로 남을 것”이라며 “트윗이나 항공모함, 명령, 선거 연설로 장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협은 오직 이란의 명령에 따라 봉쇄되고 개방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국의 대치는 최근 무력전보다 경제전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이란 경제제재를 대폭 강화해 이란의 경제적 고립을 전례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의 목표도 개전 초기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에서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유가 안정 쪽으로 우선순위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JD 밴스 부통령은 에너지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밝혔고,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이란의 경제 고립을 위해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미국 경제와 정치에 미치는 파장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연설에서 휘발윳값 상승을 직접 거론하며 “조금 더 내더라도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임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옳은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물가 상승이 부담이다. 해협 통행량이 감소하면서 국제 유가와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연방 상·하원의 다수당과 주요 경합주의 주지사들의 향방이 걸린 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을 비롯한 생활 물가가 민심을 자극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이란도 호르무즈해협을 미국을 압박할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미국 내 정치적 부담이 커질 때까지 해협 통제를 유지하며 협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조건으로 전쟁 배상금과 역내 미군 철수, 대리세력 공격 금지 등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도 제시했다. 휴전 기간 미사일 등 군사 역량을 일부 복원한 점도 이란이 강경 기조를 유지하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이에 미국은 경제제재로 이란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줄이려 하고,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잠가 트럼프 행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그간 쌓아둔 정치자금을 풀기로 했다. 미 CNN 방송은 15일 “2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개인 정치활동위원회(PAC·정치자금 모금 단체) 거액의 자금을 투입해 중간선거에서 취약한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기로 최종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런 현금 지원 사격이 향후 몇 주 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최종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첫번째 분할 지원금으로 3000만 달러(약 426억 원)를 거론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