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비만, 체중계 숫자 집착보다 지방 줄이고 근육 지키기 중요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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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의 비만
‘근감소성 비만’ 특히 주의해야
허리둘레·체지방 등 함께 평가
근육·골량까지 줄면 노쇠 촉진
비만치료제 주사가 능사 아냐

부산 동아대학교병원 신보경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년층에서는 체중 감량을 잘못하면 근감소성 비만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며 “비만 치료에서는 과도한 체지방과 내장지방은 줄이되, 근육과 근력은 최대한 보존하고 증가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동아대병원 제공 부산 동아대학교병원 신보경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년층에서는 체중 감량을 잘못하면 근감소성 비만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며 “비만 치료에서는 과도한 체지방과 내장지방은 줄이되, 근육과 근력은 최대한 보존하고 증가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동아대병원 제공

노년기 비만은 중장년층 비만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동아대학교병원 신보경 가정의학과 교수는 “중장년층은 체중 증가와 복부비만으로 인한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심혈관질환 등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면, 노년기에는 근육 감소와 신체기능 저하라는 문제가 함께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이 들면 체지방 늘고 근육 줄어

나이가 들면 몸의 구성이 달라진다. 근육량은 줄어드는데, 체지방 특히 복부·내장지방의 비율은 증가한다. 신 교수는 “노년기에는 체중만 보는 것보다 허리둘레·체지방·근육량·근력·보행능력 등을 함께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년기에 특히 주의할 것이 ‘근감소성 비만’이다. 체지방은 과도한데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한 상태로, 대사질환의 위험과 근감소로 인한 낙상·골절·신체기능 저하 위험이 커진다. 노년기에 체중을 급격하게 줄이면 지방뿐 아니라 근육과 골량까지 감소해 노쇠를 촉진할 수 있다. 신 교수는 “노년기 비만 관리는 지방은 줄이고 근육과 기능은 지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만은 성별·연령별로 나타나는 양상이 다르다. 남성은 30대와 40대에서 비만율이 높다. 여성은 60대 이후 고령층에서 비만이 두드러지는데, 나이가 들수록 복부비만이 증가한다. 신 교수는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 지방이 복부와 내장 주변으로 재분포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며 “체중이 늘지 않아도 허리둘레가 증가하고 체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장지방이 증가하면 인슐린 저항성과 만성 염증이 증가해 당뇨병·이상지질혈증·고혈압과 심혈관질환의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 여성은 완경과 노화를 통해 근육량과 근력이 감소하기 쉽기에 고령 여성은 근감소성 비만에 더 주의해야 한다. 신 교수는 “노년기 여성 건강관리에서는 허리둘레 증가, 근육·근력의 감소를 살펴야 한다”며 “체중은 그대로인데 허리는 굵어지고 다리 힘이 약해지는 변화는 노년기에 위험 신호일 수 있다”고 전했다.

 

■비만치료제 주사는 만능해결사?

최근 비만치료제의 효과가 좋아지면서 ‘나도 한번 맞아볼까’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신 교수는 비만치료제는 비만이라는 만성질환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비만학회가 정의하는 비만의 기준과 각각의 비만치료제가 허가받은 사용 적응증이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BMI(신체질량지수) 25kg/㎡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하지만, 개별 비만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BMI와 동반질환 등 조건이 별도로 정해져 있다.

신 교수는 “비만 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마운자로를 쓰느냐, 위고비를 쓰느냐가 아니라 생활부터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치료제 주사만이 능사가 아니며, 식생활 등 습관을 완전히 바꾸지 못하면 치료가 끝나는 순간 ‘요요 현상’을 겪을 수 있다. 비만치료제 처방 때는 식습관 교육도 중요하다. 비만 치료제의 도움을 받는 동안 과식이나 잘못된 식습관을 교정하고, 단백질·채소 등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건강한 식생활로 전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비만치료제 남용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근육이 부족했던 사람이 체중 감량으로 근육이 더 감소하는 것이다. 근손실이 생기면 젊은 층은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지만 고령층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신 교수는 “키 160cm에 체중이 47kg까지 감소한 60대 환자가 처방받으러 병원을 찾아온 경우도 있다”며 영양 상태를 걱정해야 하는 영역까지 체중이 줄어든 경우였다고 우려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2~2015년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75세 이상 고령자(질환 유병자 제외)를 추적 관찰했을 때, 정상 체중인 노인에 비해 저체중 노인의 사망이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여러 연구에서 지나치게 낮은 BMI에서 고령자의 사망 위험이 다시 증가하는 U자형 관계가 관찰되고 있다”고 전했다.

고령층은 만성질환으로 복용하는 약의 종류가 많다. 비만치료제는 기존 약과의 상호작용, 식사량 감소, 탈수, 체중 감소, 신장 기능 변화까지 고려해서 사용을 결정해야 한다. 혈당강하제를 사용하는 당뇨병 환자가 식사량·체중이 크게 줄면 동일한 용량의 약 사용에도 저혈당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고혈압약 복용자는 체중 감소로 혈압이 낮아져 기립성 저혈압을 겪을 수도 있다. 신 교수는 “특히 혈중농도의 작은 변화가 약효나 부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치료역이 좁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거나, 이미 위장관 운동이 저하되어 있거나 신장기능이 좋지 않은 고령자라면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양 상태 나빠진 치료는 성공 아냐

신 교수는 “동일한 BMI라도 어떤 사람은 근육량이 많고 대사적으로 건강하지만, 어떤 사람은 근육은 적고 내장지방과 체지방이 많은 정상체중 비만이나 체지방 과다형 비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 진료에서 BMI뿐 아니라 허리둘레, 체지방과 근육량, 지방의 분포, 대사질환 및 심혈관질환 위험 등을 함께 살펴야 하는 이유다.

특히 60~70대는 노화 과정에서 이미 근육과 골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비만체료제로 식욕과 섭취량을 지나치게 줄이면 근육도 감소할 수 있다. 신 교수는 “체중계에서 10kg이 줄어서 비만 치료에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근력과 보행능력이 떨어지고 영양 상태가 나빠졌다면 의학적으로 성공적 비만 치료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령자는 비만 치료 전 체성분과 근력, 영양상태, 노쇠 정도, 동반질환과 복용약을 평가하고 치료 중에도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근육이 줄면 활동량과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면서 지방이 더 쉽게 축적되고, 늘어난 내장지방에서 발생하는 염증과 대사 이상은 다시 근육의 기능과 질을 떨어뜨린다. ‘근육 감소→활동 감소→지방 증가→대사 이상과 염증 증가→다시 근육 감소’라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노년기에는 비만에 대한 이분법적 판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 교수는 “지방이 얼마나 많은지, 근육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 근육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년기 비만 치료는 과도한 체지방과 내장지방은 줄이되 근육과 근력은 보존하거나 증가시켜야 한다. 신 교수는 “적절한 영양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 근력운동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한 경우 비만치료제를 신중히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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