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익의 뷰파인더] 제로클릭 시대, 지역 미디어가 필요한 이유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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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방송국장

AI에 길들여지는 대한민국
편리함에 묻힌 비판적 사고

현장과 발품이 만든 진정성
데이터 학습으로 대체 불가

AI와 미디어 함께 이용하는
현명한 정보 활용이 '정답'

“앗! 죄송합니다. 제가 헷갈렸습니다.” 생성형 AI 서비스를 누구나 사용하는 요즘, 뜬금없는 AI의 이런 답변을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진실인 양 자신만만하던 AI에게 “그거 아닌 것 같다”고 근거를 들어 확인을 요구하면 바로 꼬리를 내린다. 이용자로선, 그것도 돈을 내고 사용하는 상황이라면 황당하면서도 배신감까지 든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주는 결과물을 확인하지 않으면 큰일나겠구나 싶다.

바야흐로 ‘제로클릭(Zero-Click)’ 시대가 됐다. 체감상 불과 1~2년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AI에 의존해 더 이상 웹서핑 등으로 나아가지 않는 것이다. 제로클릭은 진화한다. 이제 포털 검색을 하면 AI가 찾아준 결과부터 노출된다. 구글 검색 결과 화면의 가장 상단에 제미나이가 먼저 답을 내주니, 이용자의 60% 이상이 아래에 나오는 사이트를 클릭하지 않는다고 한다. 유튜브 영상에도 AI 챗봇이 적용돼 아무리 긴 영상이라도 금방 요약해 주고, 어떠한 질문에도 답한다. 무엇이든 찾아서 요약하고, 정리하고, 종합한다.

사정이 이러니 레거시 미디어와 네이버 등 디지털 미디어가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았다. 독자, 시청자가 언론사나 포털 사이트, 영상 플랫폼을 보며 손가락으로 만드는 클릭 조회수로 먹고 살던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옥스포드대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2026 디지털 뉴스 보고서’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의 AI 챗봇 서비스 이용률은 14%이다. 7~10% 수준인 다른 국가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새로운 물결’에 서둘러 적응하는 한국인의 경쟁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생성형 AI의 장점이 분명하니 사용자 증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 그런데 AI가 ‘정답’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함정이다. AI가 근거라고 내놓는 인터넷 링크를 따라 들어가보면 해당 정보를 찾을 수 없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언론사나 학회 등 그럴듯한 사이트 출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직접 추적해 들어가면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다. AI의 결과물은 패스트푸드와 비슷하다. 손쉽게 한 끼를 때울지 몰라도 몸에 이로울지는 의문이다.

그렇다면 진짜, 가짜 정보를 구별하는 능력을 탑재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 유지하기다. 출처 원문을 반드시 확인하는 수고를 기본값으로 놓고, 교차 검증으로 한 발 더 나아간다.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 기관, 단체 등에서 검증을 거쳤는지가 핵심이다. 언론사마저도 실수할 수 있으니 출처가 된 보도자료나 정책 자료 등을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해선 안 된다.

사실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자해 팩트를 검증하고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미디어를 아직은 AI가 따라잡을 수 없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학습하는 AI는 레거시 미디어의 정보에 크게 의존한다. 그래서 중요한 정보는 텍스트와 영상의 요약본이 아니라 ‘풀 텍스트(Full Text)’ 전체를 파악하길 권한다.

AI와 함께 미디어를 더 효율적이고 영리하게 활용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AI에게 묻고, 신문과 온라인 뉴스, 유튜브 영상으로 현장을 확인하고, 소셜 미디어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믿을 수 있는 미디어를 통해 팩트를 확인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 당시 유튜브 채널 부산일보TV는 현장에 출동해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기획 방송 ‘민심르포’를 연달아 내보냈다. 또 9시간에 가까운 개표 상황 생방송을 진행하며 현장과 선거 결과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독자와 시청자들은 현장의 목소리에 뜨겁게 반응했다. AI가 가짜 인터뷰 장면을 생성할 수는 있겠지만, 시민의 진심 어린 한마디에 담긴 표정과 숨결, 맥락까지 흉내낼 수는 없을 것이다. AI에게 ‘실시간 선거 결과’를 물어봤자 “알 수 없다”는 답만 들었을 것이다. 결국 ‘발품’이 만들어낸 정보가 없다면 가장 혁신적인 기술조차 무용지물인 셈이다.

특히 AI가 지역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지도 의문이다. 바다와 육지를 아우르는 부산과 울산, 경남에서 시장이나 노동 현장의 희로애락을 AI가 공감하고 함께 나서줄 리 만무하다. AI가 학습하는 정보의 치우침도 염려된다. 정보량이 많은 수도권 중심으로 학습할 가능성이 커서다. ‘지역 소외’ 제로클릭 시대에 지역의 정통 미디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부산일보는 지난 10일 창간 80주년을 맞았다. 부울경 시도민이 살아가는 현장을 누비며 80년 동안 흘린 땀방울, 거기서 만난 시민의 숨결을 쌓아 가며 역사를 기록했다. 앞으로도 미디어 기술 발전과 발을 맞춰 가며,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종합 미디어로 언제 어디서나 현장을 지킬 것이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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