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쟁점으로 부상하는 AI 개발 속도 조절론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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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개발 조절론 반감 표출
“황금알 낳는 거위 죽이지 말라”
AI 인류 파괴 주장 사기라 비판
중국과의 경쟁서 우위 선점 의지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행사장에서 한 방문객이 전시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행사장에서 한 방문객이 전시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 시간) 인공지능(AI) 업계에서 확산하는 ‘속도 조절론’과 ‘인류 종말론’을 음모론이자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미국의 AI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AI 개발 속도론이 미국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5시 이전까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AI 관련 게시글 6건을 잇달아 올렸다.

그는 “AI와 데이터센터를 겨냥한 역겨운 음모가 있으며 이를 기뻐할 유일한 나라는 중국”이라며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과 다른 모든 나라보다 앞서 있으며 계속 그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음모론자들, 반역자들, 배신자들, 정보유출자들은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최근 앤트로픽과 구글 연구원들이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인류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회사를 떠난 데 이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등 업계 수장들도 AI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아일랜드 방문 당시에도 이들을 ‘부정적 세력’이라고 일축했다. 이날에는 속도 조절론 자체를 ‘역겨운 음모’로 규정하며 비판 수위를 한층 높였다.

아모데이 CEO가 지난 12일 제기한 AI 개발 속도조절 및 통제 강화론은 미국 정치권에서도 찬반 논쟁을 키우고 있다. 미 CNN 방송은 이날 AI 업계 거물들까지 직접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상황을 ‘정치적 분수령’으로 평가하며 AI가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차원의 AI 규제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에 필요한 유일한 통제 또는 안전장치는 강하고 똑똑한, 높은 IQ의 대통령이며 미국은 엄청나게 그런 대통령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모데이 CEO를 향해서는 “완벽한 작은 천사인 척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우리는 이미 이 기업들에 엄청난 형사적·규제적 권한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와 데이터센터의 성장을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규정했다. 그는 “AI와 데이터센터가 급속히 성장하는 것은 미국이 다른 모든 국가보다 훨씬 앞서 있기 때문”이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말라”고 밝혔다. 또 “AI가 세계를 장악하고 인류를 파괴한다는 주장은 사기”라며 AI가 인류 멸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집권 1기 당시 첫 번째 탄핵소추 이유였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같은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중국과의 경쟁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AI와 AI의 미래를 방해하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글이 미국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이유로 핀란드에 대규모 시설을 건설하려 한다고 언급하며 “이에 대해 불쾌하며 그들이 생각을 바꾸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AI와 데이터센터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 발전 엔진이 될 것이며 석유와 금, 다이아몬드, 심지어 인터넷보다 더 클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AI 위험을 경고하는 세력을 정치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가 세상을 파괴하고 데이터센터가 동네에 해롭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얼마 전까지 기후변화로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 했던 이들”이라며 “나쁘고 사악한 대의를 위한 혁명가들”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을 ‘사기 척결자’라고 칭한 트럼프 대통령은 “AI가 세상을 장악한다는 시나리오가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나 지구온난화 주장보다 훨씬 황당하다”며 이를 주장하는 세력을 ‘급진 좌파 바보 민주 당원’이라고 힐난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반응을 트럼프 행정부의 이념적 시각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전통적인 산업과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AI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최소한의 규제만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 거대한 성장 동력인 AI의 거품이 터져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AI 성장 속도를 늦추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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