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도촬 논란만 남긴 김승원 청문회…與 “의혹 소명” 野 “부적격”
14시간 격론에도 핵심 의혹 그대로
민주 “상당 부분 소명”…임명 강행 가능성
국힘 “역대 최악 후보자, 지명 철회해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등을 받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4시간 가까운 격론 끝에 마무리됐지만 후폭풍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날 청문회는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과 가족 조합 특혜 의혹 등에 대한 소명보다 “악마” 같은 거친 말이 오가는 감정싸움으로 흘렀고, 청문위원 도촬 논란까지 불거졌다. 민주당은 의혹이 상당 부분 소명됐다며 청문보고서 채택 수순을 밟을 태세지만 국민의힘은 부적격 입장을 고수하며 맞서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일정을 놓고 여야 간사 간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제기된 의혹을 상당 부분 소명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공개한 검찰 수사자료의 입수 경위를 문제 삼으며 김 후보자를 향한 의혹 제기에 맞섰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격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후보자를 “역대 최악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고 규정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청문회를 두고 “시작부터 ‘김승원 지키기’를 위한 방탄과 국민 기만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악마, 흉기, 독사와 같은 막말을 토해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햄스터를 폐사시킨 약물을 사람에게 투약하게 만든 것이 악마적 행태이고, 이를 주가조작에 악용한 자들이 독사와 같다”며 “이런 약을 청탁 로비해줬던 김 후보자야말로 사회적 흉기”라고 직격했다.
이어 “김 후보자가 진짜로 장관이 되면 공소취소를 시도할 것이 뻔하다”라며 “이 대통령은 본인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대한민국 법치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김 후보자는 전날 청문회에서 지인의 부탁을 받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한 고충민원 전달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배우자와 아들이 근무한 사회적협동조합이 이득을 위한 돈벌이 수단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관련 의혹이 제대로 해명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김 후보자를 둘러싼 대립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전날 청문회는 검증보다 막말과 고성이 이어지며 감정싸움으로 얼룩졌다. 청문회가 난장판으로 흐른 데는 김 후보자 보좌진의 ‘도촬’ 소동도 한몫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김승원 후보자 보좌진이 인사청문위원인 내 뒤에서 질의 준비 내용을 엿보고, 정탐하고, 급기야는 몰래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그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얼마나 국민 앞에 떳떳하지 못하면 야당 의원 사찰로 국회를 모독하나”라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 도촬과 사찰은 중대 범죄”라고 경고했다.
이후 김 후보자 측은 입장문을 내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발생한 부적절한 일로 주진우 의원님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의원실은 해당 보좌진이 경험이 많지 않은 20대 직원으로 미숙한 판단으로 촬영했다가 잘못을 인지한 즉시 삭제했다며 “후보자를 비롯한 누구도 사진 촬영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도 청문회 막바지 “그 보좌진은 저희 의원실 막내다. 지금 배우는 과정이라 아마 그런 큰 잘못을 저질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야권이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이 전혀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는 만큼 보고서 채택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합의 없이 민주당 단독으로 채택하거나, 채택이 불발돼 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