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산형 정신응급 대응체계, 유기적 연대가 답이다
김성희 부산경찰청장
김성희 부산경찰청장
매년 10월 10일은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제정된 ‘정신건강의 날’이다. 최근 정신질환이나 극단적 선택 위기 등 정신응급 상황으로 인한 112신고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어 이 날이 갖는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게감 있게 다가온다.
최일선 현장의 경찰관들은 흉기를 소지한 정신질환자, 극단적 위기 상황에 놓인 시민 그리고 가족조차 감당하기 힘든 긴박한 순간들을 매일같이 목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역할만으로는 물리적 안전 확보와 긴급 구조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야간과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밀려드는 응급 신고 속에서, 특히 외상이나 기저질환을 동반한 위기 대상자를 전문적으로 수용할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의 부재는 긴급 구호가 필요한 시민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응급 병상을 찾아 동분서주하는 동안 현장 경찰관이 장시간 환자 곁을 지켜야 하고, 이는 치안 공백과 골든타임 상실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정신응급 상황은 경찰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치안 이슈가 아니다. 현장 대응부터 응급입원, 전문 치료, 그리고 퇴원 후 상담과 사례관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슈의 근본 원인을 고민하고, 현장 업무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원인 치유적 재발 방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제는 시야를 넓혀 사안 전체를 조명하면서 선제적이고 심도 있게 접근해야 한다. 그 핵심 열쇠는 ‘24시간 수용 가능한 병상 확보’와 ‘현장밀착형 기관간 공조’에 있다.
우선, 부산시와 관내 의료기관이 협력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 기존 의료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연계해 병상 부재로 인한 이송 지연을 막는 것이 모든 대응의 출발점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해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통해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2030년까지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부산경찰청과 부산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원스톱으로 움직이는 ‘부산형 정신응급합동대응체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현장 출동부터 입원조치까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이 확고히 자리잡을 때, 경찰의 현장 통제력과 정신건강 전문요원의 위기 개입 능력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정신응급 위기대응은 어느 한 기관의 독자적 책임으로 남겨둬서는 안 된다. 시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는 기관 간의 경계가 있을 수 없다. 경찰·지자체·의료기관은 물론 유관기관 및 시민단체와의 횡적 협업을 고도화해 촘촘하게 대비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미 부산의 관계기관들은 여러 차례 실무협의를 통해 이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이제는 공감을 넘어 과감한 ‘실행’으로 답해야 할 때다.
경찰과 자치단체, 유관기관,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안전공동체의 든든한 토대가 되어, 330만 부산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안전도시 부산’으로 나아가는 마중물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