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산책로에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 둥지 틀었다
멸종위기 Ⅱ급…암수 한 쌍 번식 가능성
산림서만 보이다…도심 강변서 첫 확인
위치는 비공개…산책 땐 소음 자제 당부
지난달 9일 태화강 산책로 인근 딱따구리 구멍에서 얼굴을 내민 하늘다람쥐. 이찬숙 자연환경해설사 제공
울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 산책로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하늘다람쥐가 둥지를 튼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그동안 깊은 산림에서만 관찰되던 하늘다람쥐가 시민 발길이 잦은 도심 강변에서 발견되면서, 태화강의 생태적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울산시는 태화강 중류 강변 산책로 일대에서 하늘다람쥐 2마리의 서식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하늘다람쥐가 처음 눈에 띈 건 지난달 9일 오후 2시께다. 이찬숙 자연환경해설사가 산책로 인근 나무에 난 딱따구리 구멍을 살피다가 구멍 밖으로 잠시 고개를 내민 하늘다람쥐를 발견해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을 확인한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박사는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가 맞다”며 “야행성이라 낮에는 잠을 자는데, 잠에서 깨어 잠시 밖을 내다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후 시민생물학자인 윤기득 사진작가가 지난달 17일과 23일 해 질 무렵 잇달아 현장을 찾았다. 윤 작가는 하늘다람쥐 2마리가 둥지 구멍을 드나드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한 박사는 “하늘다람쥐는 평소 암수가 따로 독립생활을 하는데, 두 마리가 함께 있는 것은 암수로 추정되고 번식을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1년에 1~2회 번식하는데 아직 새끼를 낳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지속적인 관찰로 번식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몸길이 15~20cm가량인 하늘다람쥐는 앞뒤 다리 사이의 피부막을 펼쳐 나무 사이를 활공한다. 주로 해 질 녘부터 새벽까지 활동해 낮에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어둠에 적응한 크고 검은 눈과 긴 수염을 가졌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기후에너지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도 보호받고 있다.
그동안 울산에서는 울주군 상북면 덕현리 석남사 일원과 이천리 배내마을, 북구 천마산 편백림 등 산간 지역에서만 하늘다람쥐 서식이 확인됐다. 도심 하천변 산책로에서 둥지가 관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시는 서식지 보호를 위해 하늘다람쥐의 정확한 발견 위치를 비공개하고 지속적인 관찰을 이어갈 방침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태화강의 생태적 가치를 보여주는 반가운 소식”이라며 “하늘다람쥐가 낮에 잠을 자는 만큼 산책로를 지날 때 소음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