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논란 넘어 베일 벗는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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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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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건축제 동행 취재
공연 없는 날도 바다·시민 잇는 열린 공간으로
수정산·영도 바다 품은 거대한 프레임의 미학
단순 공연장 넘어 북항 재개발 핵심 자산 기대
진주 품은 조개 형상… 내년 개관 향해 막바지

부산국제건축제 연계 투어로 방문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현장. 계단과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바다와 영도, 수정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건물의 틈인 ‘케이브’는 풍경을 액자처럼 잘라낸다. 김은영 기자 부산국제건축제 연계 투어로 방문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현장. 계단과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면 바다와 영도, 수정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건물의 틈인 ‘케이브’는 풍경을 액자처럼 잘라낸다. 김은영 기자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국제건축제 연계 투어로 방문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현장. 계단과 경사로를 따라 올라서면 바다와 영도, 수정산이 한눈에 펼쳐지고, 건물 중앙의 틈인 ‘케이브’는 그 풍경을 프레임처럼 담아낸다. 김은영 기자 부산국제건축제 연계 투어로 방문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현장. 계단과 경사로를 따라 올라서면 바다와 영도, 수정산이 한눈에 펼쳐지고, 건물 중앙의 틈인 ‘케이브’는 그 풍경을 프레임처럼 담아낸다. 김은영 기자

‘라 스칼라’ 초청을 둘러싼 100억 원대 개관 공연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현장에서 만난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이미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수정산과 영도, 바다를 한꺼번에 끌어안는 건축, 공연이 없는 날에도 시민과 관광객을 불러들일 ‘시민의 공간’에 관한 이야기다.

2026년 12월 주요 공사 완료를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현장을 최근 부산국제건축제 관계자들과 돌아보고 왔다. 완공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으며, 동시에 바다를 향해 활짝 열려 있었다. 2027년 초 시운전을 거쳐 9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가장 부산다운 풍경을 담다”

현장에 동행한 이성호(동아대 건축학과 교수) 부산국제건축제 집행위원장은 오페라하우스가 가진 최고의 경관적 가치로 ‘프레임’을 꼽았다. “바다는 어디서든 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프레임으로 보여주느냐다. 한쪽으로는 수정산이 보이고, 다른 쪽으로는 영도 바다가 펼쳐지는 이 풍경이야말로 가장 부산다운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부산국제건축제 국제설계경기로 당선된 세계적 건축그룹 스노헤타가 설계한 이곳은 도면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웠던 반전의 경관, 현장 관계자들이 ‘케이브(CAVE, 동굴) 뷰’라고 부르는 풍경을 선보인다. 사선으로 잘려 나간 건물 프레임 사이로 하늘과 바다, 원도심 산자락이 들어오며 압도적 미학을 선사한다. 특히 부산역 연결 보행 덱과 북항 친수공원과의 연계성은 오페라하우스를 단순 관람 시설을 넘어 북항 재개발지구 전체의 경관과 일상을 잇는 핵심 도시 장치로 만들어 준다.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지하에서 시작하는 극장

동선은 지하주차장에서 시작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파빌리온과 로비로 연결된다. 파빌리온 앞에는 미술 장식품(전준 작가의 ‘펄 게이트’ 당선)이 설치될 예정이며, 로비에는 매표소가, 2층에는 VIP 라운지가 들어선다. 로비는 파도를 연상시키는 곡선으로 이뤄졌으며, 붉은색은 바이올린의 악기통을 열었을 때 내부에서 보이는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카페·아트숍·레스토랑 등 편의시설은 티켓 없이도 이용 가능한 오픈 존으로 운영된다.

공사 중인 건물이다 보니 구조와 재료가 먼저 보인다. 건물 기둥은 두 개의 삼각형을 맞댄 다이아몬드 형태를 띤다. 외벽은 고강도 콘크리트 패널(UHPC)과 저철분 투명 유리가 다이아몬드 패턴으로 엮여 ‘진주를 품은 조개’ 형상을 완성한다. 25m 높이의 비정형 파사드 공법은 국내 최초 시도다. 로비 목재는 물보다 비중이 높은(1.2) 고밀도 압축 탄화 대나무를 사용했고, 지열 활용 친환경 공조 시스템으로 쾌적함을 더했다.


■오페라극장과 블랙박스홀

1800석 규모의 대극장은 관객과 무대 거리를 31~50m로 유지하는 4층 말발굽 형태다. 마이크를 쓰지 않는 오페라 전용 극장답게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의 음향 자문을 반영, 내벽 마감재를 참나무 원목으로 변경하고 잔향 시간을 만석 기준 1.5초대로 맞췄다. 16m×16m 규모 무대는 4개 구역으로 나눠 상하 이동하며, 바닥 아래 11m, 위로는 39m의 수직 공간이 숨어 있다.

소극장은 300석 규모의 블랙박스홀이다. 객석 변형이 가능해 연극, 무용, 전시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시민 밀착형 공간으로 쓰인다. 100억 원대 단발성 해외 초청 공연 논란 속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지역 예술가들에게 실제로 열린 무대가 될 수 있을지는 이 작은 극장의 운영에서 명확히 드러날 것이다.

부산국제건축제 연계 투어로 방문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현장. 왼쪽 계단이나 오른쪽 경사로를 통해 걸어서 건물 상층부로 진입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부산국제건축제 연계 투어로 방문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현장. 왼쪽 계단이나 오른쪽 경사로를 통해 걸어서 건물 상층부로 진입할 수 있다. 김은영 기자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르 코르뷔지에의 철학이 현실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5층 옥상부다. 옥상으로 오르는 동선은 건물의 안팎을 오가며 풍경을 경험하게 하는 산책로로, 르 코르뷔지에가 말한 ‘건축적 산책로(Promenade)’와 맥을 같이한다.

옥상에는 루프톱 카페와 300여 명 수용 규모의 야외 스탠드가 조성돼 버스킹 등을 즐길 수 있다. 외부에서 ‘하얀 굴뚝’이라 오해받았던 39m 높이의 주무대 타워(Stage Tower)는 대형 LED 스크린을 갖춘 ‘플라이 타워’로, 실내 공연을 외부 공원에서도 실시간으로 함께 관람할 수 있게 설계됐다. 외피의 다이아몬드 패턴은 낮에는 햇빛을 반사하고, 밤에는 내부의 불빛을 흘려보내며 빛을 발한다.

현장에서 바라본 바다는 평면적인 배경이 아니었다. 구름이 흐르고, 배가 움직이고, 햇빛이 외장재에 부딪히면서 건물의 표면도 함께 움직이는 듯했다. 건축물의 곡선과 개구부가 풍경을 끌어들이면서 땅 위에 서 있는 건물이 순간적으로 배의 갑판처럼 느껴졌다.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오페라하우스 현장 투어. 정대현 기자 jhyun@

■관광 자산이 될 수 있을까

현장을 함께 둘러본 한 관계자는 부산오페라하우스를 두고 “건물 자체가 관광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하지 않아도 옥상까지 올라가고, 카페에서 쉬고,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북항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나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처럼 도시의 지형을 바꿀 장소가 될지 주목된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성패는 얼마나 유명한 해외 작품을 개관 무대에 올렸는가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라 스칼라 공연이 성사되든 다른 개관 프로그램이 마련되든, 첫 무대는 건물의 시작일 뿐이다. 진짜 시험은 공연이 없는 날에도 시민이 이곳을 찾아오는지, 지역 예술가들이 이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지, 북항을 찾은 관광객이 바다만 보고 돌아가지 않고 건축물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지에 달려 있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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