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저출산과 병역 특례
국방만큼 저출산 리스크에 노출된 분야도 드물다. 1970년대 국군 상비 병력은 60만 명 정도였다. 북한보다 재래식 무기가 모자라던 시절이었다. 정부는 보병의 수로 부족한 화력을 상쇄하려 했다.
그러나 60만 명은 군대의 적절한 수용 범위를 넘어선 규모였다. 248km 휴전선 철책 전체에 보병 사단을 촘촘히 박아 넣고도, 군인이 남았다. 방위병과 전투경찰 제도를 대규모로 운영했던 것도 남는 국방 병력이 많았기 때문이다.
1973년 병역특례제도가 도입된 것도 징병 자원이 풍부해서였다. 당장 군인을 늘리는 것보다, 북한과의 국력·메달 경쟁에서 앞서는 게 국익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때였다. 군인은 어차피 많았다.
이후에도 상비 병력은 꾸준히 늘었다. 1980년대 말 65만 명에 도달했고, 1990년대 중후반에는 69만 명 수준까지 늘었다. 북한이 병력을 늘린 것이 확인돼, 정부도 군인 수를 늘렸다. 해군, 공군, 기계화 부대 등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군인 수요도 생겼다. 1995년 방위병제 폐지로 현역 입대자가 늘어나기도 했다.
나라가 부강해진 것도 병력 증가와 관계가 깊다. 70만 명 가까운 대군을 운영해도 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재정과 경제력이 탄탄해졌다.
2000년대 초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1980년대부터 나타난 저출산의 영향과 군복무 단축 효과가 겹쳐 군인 수가 줄기 시작했다. 2010년 상비 병력은 65만 명으로 줄더니, 2018년 말에는 59만 명대로 떨어졌다. 60만 명이 깨진 건 1953년 정전 이후 처음이었다. 5년도 안 돼 2022년 50만 명 선도 무너졌고, 지금은 45만~47만 명 수준이다.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2030년대까지는 직업 군인을 늘려 지금의 병력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지만, 2040년대엔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병력은 20만~30만 명 내외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60만 명을 운영하던 국방 시스템은 더는 작동하기 어려운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2026년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축구 대표 등에 대한 병역 특례 논란이 거세다. 징집병은 많고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는 바닥이던 시절, 국위 선양을 위해 만든 병역특례제도를 이제는 크게 손질해야 한다. 더불어 어떻게 적은 인원으로도 충분한 전투력을 낼 수 있는 효율적인 군대를 만들지도 더 고민해야 한다. 수년 뒤 징집 가능 인원수는 이미 정해진 미래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