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근해 어업을 살려야 해양 경제가 살아난다
임정현 부산대 산학협력단 글로벌 선도연구자·전 부산시 농수산과장
부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만도시다. 세계적인 컨테이너 항만과 첨단 물류시스템은 부산 경제를 이끄는 핵심 축이다. 그러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부산을 오늘의 해양도시로 성장시킨 출발점은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아니라 새벽마다 바다로 나가는 어선이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연근해 어업의 발상지이자 원양어업의 전진기지였다.
부산의 해양 경제는 항만이 아닌 바다에서 시작됐다. 연근해에서 생산된 수산물이 있었기에 공동어시장이 형성되었고, 수산 가공산업과 냉동·냉장 물류가 성장했으며, 항만은 이를 국내외로 연결하는 관문이 될 수 있었다. 오늘날 수산업은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다. 어선 한 척이 출항하기 위해 조선, 기자재, 금융, 인력이 움직이고, 어획물이 도착하면 위판·유통을 거쳐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가공된 뒤 세계시장으로 수출된다.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해양 가치사슬(Value Chain)의 출발점이 바로 연근해 어업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 첫 번째 고리가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한때 연간 150만t을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80만t 안팎까지 감소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온 상승, 자원 감소와 고유가, 어업인 고령화 및 인력 부족이 겹치며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문제는 이 위기가 어업인만의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원료 공급이 줄어들면 수산 가공업체의 부담이 커지고 냉동 물류와 위판장 가동률도 떨어진다. 결국 지역경제와 고용시장 전체가 타격을 입게 된다.
부산은 이러한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도시다. 부산에는 국내 최대 공동어시장과 국제 수산물도매시장, 감천항 일원을 중심으로 집적된 냉동·냉장창고 등 대한민국 최고의 수산 인프라가 집적되어 있다. 이 산업생태계는 연근해 수산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때 비로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항만은 미래산업, 수산은 전통산업으로 분리해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부산 해양 경제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본 결과다. 항만은 스스로 화물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물동량은 산업이 만든다. 수산물과 수산가공품은 부산항을 통해 수출되는 고부가가치 화물이며, 신선식품 특성상 일반 화물보다 더 높은 물류 가치와 고용효과를 창출한다. 결국 수산이 살아야 항만도 성장하고, 항만이 발전해야 수산의 경쟁력도 높아지는 공생 관계다.
이제 부산의 해양 정책도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 연근해 어업, 수산 가공, 콜드체인 물류, 스마트 위판, 항만물류를 하나의 통합된 해양산업 생태계로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과학 기반의 수산자원 회복과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노후 어선 현대화와 스마트 어업 전환을 추진하고, 셋째, 청년들의 안정적인 정착 기반과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친환경·저탄소 어업 기술을 확대하며, 다섯째, K수산식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위판과 디지털 유통 체계를 구축해 부산을 세계적인 수산 유통 허브로 발전시켜야 한다.
부산은 항만도시이면서 대한민국 최대의 수산 도시다. 이제는 바다를 중심으로 생산, 가공, 물류, 금융이 하나로 연결되는 진정한 해양 경제 수도를 만들어야 한다. 새벽 바다로 출항하는 어선 한 척은 단지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가공공장을 움직이고 항만을 살리며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가치사슬의 첫걸음이다.
부산의 미래는 풍요로운 바다에서 시작된다. 연근해 어업이 살아야 수산업이 살고, 수산업이 살아야 부산항도 경쟁력을 갖는다. 부산이 세계적인 해양 경제 수도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첫 번째 산업은 바로 연근해 어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