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려아연 하청 노동자 추락사…법정 채광창 덮개 없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오상민 기자 sm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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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현장 조사서 사실 확인
채광창 깨지며 안전로프마저 끊겨
공사 전면 중지…중대재해법 수사
같은 공장서 2년 만에 또다시 사망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 현장에 법으로 설치가 의무화된 채광창 덮개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노동자는 안전로프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이마저 끊어진 것으로 파악돼, 기본 안전 조치와 장비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29분 울주군 온산읍 대정리 고려아연 온산2공장에서 환풍기 설치를 위해 지붕 패널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40대 A 씨가 채광창을 밟았다가 창이 깨지면서 12m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다. A 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노동부는 A 씨가 작업하던 지붕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반드시 갖춰야 하는 채광창 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붕 작업을 하는 업체는 지붕에 채광창이 있을 경우 작업 시 미리 채광창 덮개를 설치하고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고 현장에서 하청업체는 이러한 의무 조치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노동부는 원청인 고려아연에 안전관리 총괄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이번 공사가 도급인지 발주인지의 계약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도급인으로 인정되면 원청에 현장 총괄 안전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단순 발주자로 분류되면 원청의 의무 범위가 좁아진다.

경찰은 사고 당시 2인 1조 작업 수칙과 안전모·안전로프 착용 등은 지켜진 것으로 본다. 다만 추락 순간 하중을 견뎌야 할 로프가 끊어진 만큼 결함이나 노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직후 해당 지붕 공사 현장에 전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각각 수사하고 있다. 두 기관은 작업 당시 원청 관리감독자가 입회했는지, 안전관리자가 적절히 배치됐는지 등을 중심으로 원청의 책임을 따질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관계기관의 사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 확인 후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산2공장에서는 2년 전에도 추락 사망사고가 났다. 2024년 10월 역시 하청업체 소속인 50대 노동자가 냉각탑 작업 도중 5m 아래로 떨어져 치료를 받다 숨졌다. 당시 경찰은 안전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고려아연 관계자 등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노동계는 같은 공장에서 중대재해가 되풀이되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울산운동본부 이정은 공동집행위원장은 “단순히 보호구를 지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후나 마모 상태를 사전에 점검해야 하지만 현장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고가 잇따르는 만큼 사업장 내 안전보건 관리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오상민 기자 sm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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