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동어시장 선어 선별기·포장기, 현장에선 ‘외면’
거액 예산 투입해 기계 시범 도입
어종 구분 못 해 제한적 사용 그쳐
기존 인력과 노임 갈등 해결 안 돼
시설 현대화·자동화 실효성 우려
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 중인 부산공동어시장이 위판·물류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나섰지만, 이미 설치된 선어 선별기와 포장기는 현장에서 사실상 방치되는 수준이다. 사진은 지난 8월 공동어시장 위판장 내에서 선어 포장기가 시범 가동되는 장면.
전국 최대 산지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 시설 현대화 사업과 발맞춰 위판·물류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위한 청사진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앞서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시범 도입한 선어 선별기와 포장기가 현장 선사와 중도매인들로부터 외면 받으며 사실상 방치되고 있어, 향후 자동화 사업의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부산공동어시장(이하 공동어시장)에 따르면 공동어시장은 지난 8월 발주한 ‘부산공동어시장 스마트 위판·물류 자동화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연내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용역은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현대화 사업 구역 중 유일하게 자동화 시스템이 들어서는 1단계 사업지(남항 쪽 제1돌제부두)의 설비 배치 도면과 최적 동선 설계를 확정하기 위해 추진됐다. 선사와 중도매인 등의 의견을 반영해 경매 방식, 물류 흐름, 목표 처리 속도 등을 설정하고, 이미 도입된 선어 선별기·포장기 등 기존 설비의 구조적 연계 가능성도 검토한다. 이는 현장 인력의 고령화와 더불어 위생적인 위판 환경에 대한 요구가 점차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은 총사업비 2361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6만 1971㎡ 규모의 최신 위판 시설을 짓는 숙원 프로젝트다. 지난 2024년 착공해 오는 2029년 말에서 2030년 초 최종 준공을 목표로 총 3단계에 걸쳐 순차 진행 중이다. 다만, 1단계 공사 현장에서 최근 오염토가 발견돼 정밀 조사가 진행되면서, 정화 작업 여부에 따라 전체 공정이 추가로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본격적인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이미 20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시범 배치한 자동화 장비들이 현장에서 실제 사용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어시장은 2024년 해양수산부 ‘산지 위생안전체계 구축 공모사업’ 예산(국·시비) 4억 원과 자체 예산 13억 9000만 원 등 총 17억 9000만 원을 들여 노르웨이산 선어 선별기를 들여왔다. 4m 길이의 롤러 15개를 활용해 고등어를 크기별 7단계로 나누는 장비다. 그러나 여러 어종이 섞여 들어올 경우 기계가 어종을 구분해내지 못해 실제 현장 가동은 극히 제한적인 실정이다. 여기에 기계 도입에 따른 기존 인력과의 노임 갈등도 풀리지 않고 있다.
한 선사 관계자는 “잡어가 섞이면 기계를 전혀 쓸 수 없는데도 노임 보전 요구를 받거나, 노조, 중도매인과의 마찰로 경매가 지연돼 손해가 발생하다 보니 선사들도 선별기 가동을 꺼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월 2억 7000만 원을 투입해 도입한 포장기 역시 성능 문제로 중도매인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장비는 분류된 생선을 상자 안에 비닐을 깐 뒤 규격 중량대로 자동 포장하는 기계다. 포장기 도입 당시 납품업체는 최대 허용 오차를 300g 이내로 제시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2~3kg까지 중량 차이가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입 후 7개월 동안 10여 차례 시범 가동을 거쳤음에도 제안서 수준의 정밀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 중도매인은 “수산물 경매 특성상 생선 한 마리 차이가 곧바로 손익으로 이어진다”며 “기계 무게 측정의 정확성을 확실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결코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동어시장 관계자는 “선사와 중도매인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선별기와 포장기의 활용도를 점진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라며 “인력 부족과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자동화 장비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현장 관계자들의 전향적인 인식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