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천원’의 아침밥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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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 드셨습니까”, “점심 드셨습니까.” 여전히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인사말이다. 또 친구나 지인과 만나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질 때는 예사로 “언제 밥 한번 먹자”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럼 아침밥을 먹지 않았다면, 말한 사람이 아침밥을 사주기라도 할 것인가. 작별 인사를 할 때도 밥 말고 다른 것을 먹기로 하면 안 되는가. 실없이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겠으나, 보통은 거의 없다. 한국인이라면 ‘밥’이라는 한마디에 담긴 중층적 의미를 느낀다.

한국인에게 이처럼 밥은 그냥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먹거리이면서 또 마음속을 내비치는 표현의 구실을 할 때도 있다.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말에는 상대를 염려하고, 배려하고, 기도하는 의미까지 들어 있다. 오랫동안 집을 떠나 타지로 향하는 자식에게 어머니가 빼놓지 않는 당부가 있다. “아침밥은 꼭 챙겨 먹어라.”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마음이 여기에 다 들어 있다.

먹거리가 넘쳐 나는 요즘에는 아침밥의 효용이 예전만 같지 않지만, 그래도 든든하게 챙겨 먹는 아침밥은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다. 그런데 최근 고물가 여파로 아침밥을 굶는 대학생들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정부 당국의 설명인데, 2021년 기준 20대의 아침 결식률은 53.0%로, 10년 전보다 10%포인트 늘었다. 대학생이 많이 포함된 20대의 결식률이 높은 것은 식습관의 변화 탓도 물론 있겠으나, 갈수록 오르기만 하는 식비 부담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정부가 올해 1000원에 아침밥을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 대상을 전국 41개 대학으로 늘려 지원하기로 한 배경이다. 목표 지원 인원은 68만 4000명. 학생이 1000원, 정부가 1000원을 부담하는 이 사업은 2017년 10개 대학, 14만 4000명으로 시작된 뒤 갈수록 수요가 늘면서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올해 부산에서는 4개 대학에서 시행된다.

결식아동만이 아니라 결식 대학생까지 정부가 챙기는 셈인데, 주머니 사정이 뻔한 대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아침 식사까지 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근래에는 광주 지역의 전통시장에도 어려운 서민들의 한 끼를 위해 ‘천원 밥집’, ‘천원 국시’ 가게가 생겼다고 한다. 앞으로 더 많은 저렴한 밥집이 생겨 최소한 식비 때문에 배를 곯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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