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비부산 이교성 대표 “무궁무진한 부산 매력 알리는 역할 하겠습니다”
2021년 초량동 복합문화공간 개소
책·작가·독자 가교역할 입소문
여행객 등 연 평균 3만 명 방문
출판 배우는 ‘편집자 학교’ 큰 인기
수료한 지역 청년 출판사 취업도
창비부산은 우리나라 대표 출판사인 ‘창작과 비평’(이하 창비)이 2021년 4월 부산 동구 초량동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 소재 대형 출판사가 처음으로 지역에 거점을 만든 사례여서 출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지역에서는 반신반의했다. 지역 문화의 저변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중앙 자본의 지역 공략을 우려하는 시선이 교차했다. 창비부산 이교성 대표는 2년 8개월의 행보를 ‘부산에 녹아든 여정’으로 표현했다.
“부산 생활 초반, 부산 지인이 가덕도 포진지와 영도 묘박지를 안내해 줬습니다. 부산 명소라고 해서 자갈치 시장이나 해운대해수욕장을 보여줄 거라 예상했는데, 한방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부산의 매력은 상상 이상이라는 걸 그때부터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피란시절 황순원의 셋방이 있었던 부산 서구 부민동, 동화 ‘강아지 똥’으로 유명한 권정생 작가가 자주 들렀던 헌책방이 있던 부산 동구 골목길 등 한국 현대 문학의 주요 무대를 직접 방문했을 때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이 대표의 ‘부산의 재발견’은 창비부산이 부산 사람도 잘 몰랐던 부산의 이야기와 장소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부산 동구의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 프로그램 ‘부산과 문학’이나, 한국전쟁 전후 부산에서 탄생한 문학 작품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난리통 이야기길' 탐방 행사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부산의 작가 3인방을 소개하는 ‘3인 3색 부산 작가전’을 통해서는 과거뿐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부산 문학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특히 3개월 동안 책 만드는 과정을 배우는 '편집자 학교'는 지역 청년의 수요를 반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개인 출판이나 출판사 취업 등에 관심 있는 이들이 대거 몰리면서 접수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 이 과정을 수료한 지역 청년 중 6명은 대형 출판사에 취직했다. 워낙 반응이 뜨거워 광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한 프로그램의 진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창비부산은 지역의 중·고등학교에서 유명 작가 초청 강연회가 열릴 수 있도록 주선하고, 창비부산에서 전시한 유명 작가의 육필 원고와 애장품 등을 부산의 공공도서관에서도 제공하는 등 지역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당초 창비가 부산을 주목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계간지 ‘창작과비평’ 구독자가 수도권 다음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문화 불모지’여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6개월 검토 끝에 창비는 부산 진출을 결정했다. 책과 독자, 작가를 이어주는 문화공간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연평균 3만 명이 창비부산을 방문했다. 부산역 앞에 위치한 특수성 때문에 방문객 절반은 부산 여행객이다. 전체 방문객의 40%가 2030세대인데, 휴가 기간에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
창비부산은 내년에 독자 참여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부산 문학을 주제로 한 교과서 제작 등 지역 콘텐츠를 발굴해 알리는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창비부산은 구슬 꾀듯이 부산의 매력을 엮어내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창비를 기억하는 옛 세대와 요즘 세대, 부산 시민과 외지인 모두가 그 결과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