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협상 '난항'… 결과 발표 늦어진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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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매매계약 조건 문제"
자본력 논란 속 신중론 분석도
시민단체 22일 매각 재추진 성명
하림 측 "자본력 이미 평가받아"

지난 11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HMM 노조 주최 토론회에서 노조가 공적 자금이 투입된 HMM이 졸속 매각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11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HMM 노조 주최 토론회에서 노조가 공적 자금이 투입된 HMM이 졸속 매각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대내외 반발에 부딪힌 하림그룹의 HMM 인수 협상이 지연될 조짐을 보인다. HMM 채권단은 “주식매매계약(SPA) 조건 문제”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불거지는 반발 여론과 대외 리스크 등이 막바지 협상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HMM 채권단 한 관계자는 22일 “1월 말까지 (본계약)협상을 진행하려 했는데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협상 기한을 얼마나 더 연장할지는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취임 직후 기자실을 찾아 “이달 말 정도면 1차 협상 결과와 관련해 브리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도 나왔으나, 실제 본계약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HMM 채권단은 협상 지연이 최근 노조의 파업 예고나 운항동맹 재편 등 대내외 상황과는 연관이 없다고 선 그었다. 그러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이 자금 조달 능력을 의심받고 있는 만큼, 협상 과정에서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림그룹의 자본력을 문제 삼아 HMM 매각을 반대하는 HMM 해원연합노조는 최근 경영진에 임금·단체협약 결렬을 통보하고 사상 첫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지난 1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으며, 조정 이후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을 시작한다. 전국사무금융노조 소속 HMM 육상노조도 정부의 1차 협상 결과에 따라 선원 휴식 시간, 운항 속도 등을 철저히 지키는 ‘준법 투쟁’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노조는 조만간 대통령실 앞에서도 집회를 여는 등 반발 수위를 높여갈 계획이다.

더불어 지난 18일 머스크-하팍로이드 새 동맹을 계기로 글로벌 운항동맹 재편이 본격화됐다. 이에 하림그룹의 자본력이 HMM의 새 동맹체제 구축에 리스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 등 다른 선사들이 HMM 인수전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MM 매각을 둘러싼 반발은 시민사회로 번지고 있다.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등은 22일 성명서를 내고 “HMM 매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홍해 발 물류대란이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고 해운동맹 재편까지 본격화돼 해운물류업계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면서 “해운산업의 전략적 중요성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조건을 고려해 다시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 국내 선사, 노조 등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하며, 공공과 민간이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지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림그룹 측은 인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자본력 논란 등에 대해 언급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림그룹 관계자는 “비밀준수 조항으로 인해 자금 조달 계획을 공개할 수 없지만, 이미 최종 입찰 제안서에서 (자금 조달 계획)관련 내용들을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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