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신설 체육센터 시공사 대표 잠적… 개관 지연
신축 2관 지난해 11월 준공
하자 보수 중 업체 연락 두절
남구청, 74억 원 이미 지급
하도급 업체, 미지급 사태도
부산 한 지자체 체육센터 시공을 맡은 건설업체 임직원이 공사 도중 갑작스레 잠적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이미 공사 대금 대부분을 지급한 구청도 정확한 배경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체와 연락이 두절되면서 체육센터 하자 보수에도 차질을 빚고 하도급 업체들도 공사 대금이 지연된다며 항의하고 있다. 결국 체육센터 정식 개관도 다음 달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남구청은 지난해 11월 준공식을 연 남구 용호동 남구국민체육센터 2관(이하 체육센터)의 정식 개관을 다음 달로 연기한다고 22일 밝혔다. 건물 외벽 미장 불량, 누수 등 체육센터 건물의 각종 하자를 보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 시공과 하자 보수를 담당하는 A건설사가 갑작스럽게 연락이 닿지 않아 보수 공사에만 상당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청은 지난해 준공 이후부터 3~4개월 동안 계속해서 보수 공사를 이어가고 있다.
구청에 따르면 A건설사는 체육센터 관련 토목 공사와 건물을 짓는 일을 담당했다. 이번 체육센터 건립 사업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업체인 셈이다. 하지만 준공 시기와 맞물린 지난해 10월부터 A건설사와 연락이 닿지 않은 탓에 개관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원래 A건설사가 담당할 하자 보수는 다른 관급업체에 부탁하는 실정인데, 구청은 A사 임직원이 잠적한 정확한 이유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만 A건설사가 사무실도 모두 비운 채 연락이 안 된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게 구청 관계자 설명이다.
구청은 공사 대금도 이미 대부분 지불한 상태로 갑작스럽게 A건설사가 사라져서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구청에 따르면, 구청이 A건설사와 계약한 공사대금 총액은 76억 9000만 원이다. 그중 74억 2000만 원을 이미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구청 재무과 관계자는 “체육센터 건설 관련 경쟁입찰에서 A건설사가 가장 낮은 입찰가를 제시해 낙찰자로 선정됐다”며 “A건설사를 대상으로 신뢰도, 시공 경험 등 적격심사 때도 아무런 이상이 없어서 갑작스럽게 연락이 두절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A건설사 연락두절로 하도급 업체의 대금 미지급 현상도 도미노처럼 발생했다. A건설사에 굴삭기, 덤프트럭 등 공사 장비를 빌려 준 업체들이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구청이 파악한 피해 업체 수만 32곳으로, 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가 더 많이 존재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피해 업체가 받지 못한 금액은 구청 추산 1억 3700만 원이다.
남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피해 업체도 답답한 마음에 구청을 찾아와서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우리도 어려운 사정을 잘 알지만, 도와줄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남구국민체육센터 2관은 2020년 정부 주관 생활 SOC 복합화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 포함 211억 8100만 원을 들여 지은 주민 편의시설이다. 지하 1층~지상 4층 전체 면적 5623.26㎡ 규모로 지난해 11월 준공됐다. 체육센터 내부에는 다목적 체육관과 수영장, 작은 도서관 등이 갖춰져 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