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싹 틔우고 우울감은 땅에 묻어요”… 어르신 위한 텃밭 ‘인기’
부산 북구청, 치매 위험군 등 노인 대상 프로그램
120여 명 참가… 우울척도검사 결과 개선 효과
빈집 철거한 자리에 조성, 부지 활용 '일석이조'
부산 북구청이 치매 위험군이거나 우울증이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텃밭 가꾸기를 진행한 결과 참가자 대부분 우울증이 극복되는 등 삶의 활력을 되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부산 북구청에 따르면 ‘기억이 꽃 피는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 5회 이상 참가자 만 60세 이상 고령층 26명을 대상으로 우울척도검사 결과, 프로그램 참가 전 평균 7.0점이었던 우울 지수가 평균 3.5점으로 낮아졌다. 우울지수는 총 15점까지 있는데, 8점이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한 우울 지수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부분이 삶의 활력 등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응답했다. 프로그램 참가자는 북구 내 만 60세 고령층과 우울증이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 회원, 치매 위험군 노인 등이다.
‘기억이 꽃 피는 텃밭 가꾸기’는 지난해 6월 북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한 프로그램으로 지역 내 노인들의 치매 예방을 위해 시작했다. 구포동에 위치한 텃밭은 100㎡ 정도 규모로, 장시간 빈집으로 방치돼 있던 공간을 활용했다.
북구 치매안심센터는 우울증이 우려되거나 치매 위험군인 노인들을 햇볕이 있는 야외로 나오게 해 우울·고립감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텃밭 가꾸기와 나눔 화분 만들기, 체조 등 야외 활동 위주로 구성됐다. 텃밭 가꾸기를 하고 난 뒤 시 낭송과 음악치료도 하며 서로의 경험과 감정도 공유한다. 2달 동안 매주 2회 한 시간씩 운영됐다. 치매안심센터 담당자와 요양병원 재활 치료팀 등이 강사로 나선다. 현재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만 총 121명이다.
북구청의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고질병으로 꼽히는 빈집 활용과 치매 위험군 노인들에게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일석이조 효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텃밭 가꾸기 참가자들은 적극적인 야외 활동과 이웃 간 소통으로 삶이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 참가자는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버스를 타고 텃밭으로 와서 꽃을 심고 가꾸는 일련의 과정이 치매 예방과 활력 증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도심 속 텃밭 가꾸기가 지역사회 새로운 복지 정책으로 정착할지 관심을 끈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부산은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도 증가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돌봄과 관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7만 2136명으로 추정한다. 이는 부산 거주 60세 이상 인구 중 6.9% 수준이다.
북구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 참가자를 대상으로 면담을 해보면 프로그램 참여 전에 비해 눈에 띄게 긍정적으로 변했고, 만족도도 높았다”며 “하반기 텃밭 가꾸기 프로그램 계획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