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나라가 이렇게 발전해 감동” 마이크 델 베키오 6·25 참전 미군 용사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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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미연합회 부산대회 참석
20살 나이로 참전, 전쟁 무서움 실감
유엔기념공원·거제포로수용소 등 탐방
“한·미 우정과 동맹 더 굳건해지길”

“한미연합회 부산대회에 참석하게 돼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1950년에 20살의 나이로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때는 정말 젊었고, 전쟁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이 번영하고, 우리가 참전했던 일이 오늘날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어 정말 감동적입니다.”

지난 3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연합회 부산대회에 참가한 한국전 참전 용사 마이크 델 베키오(93) 씨의 소감이다.

한미연합회는 미국 전역에 회원이 5000명 있는 한국전 참전용사를 중심으로 한 민간단체다.

그는 참전용사들과 이번 방한 기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찾아 분단의 현실을 체험했다. 지난 2일에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를 찾아 한국 방위산업 기술 발전사를 돌아봤다. 지난 3일에는 유엔기념공원 참배와 지난 5일 거제포로수용소 등을 탐방했다.

베키오 씨는 “그때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싸운다는 마음으로 한국에 가게 됐고, 막상 한국전쟁에 모든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나는 후방 지원 부대에 있었는데 수많은 전사자와 부상 군인을 목격하면서 전쟁의 무서움을 실감했다. 하지만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는 다짐은 흔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전쟁 기억이 자기의 마음속에 아주 깊이 남아 있다고 한다.

“전우들을 잃은 경험은 잊을 수 없습니다. 귀국한 후에도 그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사회로 복귀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적응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에서 얻은 교훈과 경험이 오히려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지금은 소수의 한국전 생존자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베키오 씨는 귀국 후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사회에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전쟁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 삶을 다시 정립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국, 그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내고 미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또 참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베키오 씨는 “만약 20세의 내가 다시 그 선택을 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YES”라고 말할 것이다. 전쟁은 정말 두렵고 끔찍한 것이지만,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때의 나는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있으며, 오늘날 한국의 발전을 볼 때마다 그 선택이 더욱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번 행사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축사에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베키오 씨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축사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는 한국전쟁이 유엔군에게 사살 명령을 내린 유일한 전쟁이라고 강조했는데, 그 말이 저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 우리는 그때 한국을 위해 싸웠고, 그 전쟁이 오늘날의 한국을 만든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또한, 한국이 전쟁 후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나라라는 그의 말은 나를 더욱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내가 그 전쟁에 참전한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순간이었다”고 울컥거렸다.

그에게 앞으로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길 바라는지 물었다.

베키오 씨는 “한국과 미국은 오랜 우정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이 관계가 앞으로도 더욱 굳건해지길 바란다. 한국전쟁에서 우리는 함께 싸웠고, 지금은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루고 있다. 이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가 지키려고 했던 그 나라가 이렇게 발전하고 번영하게 된 것을 보니 정말 기쁩니다. 그리고 한국 국민들이 우리 참전 용사들을 잊지 않고 이렇게 기념해 주고 존경해 주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나라가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한 것을 보며, 저의 참전이 가치 있었음을 느낍니다.” 글·사진=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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