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내년 3월까지 장기화 조짐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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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공개매수 한 달 만에 종료
양쪽 모두 승기 놓칠 가능성 커
주주총회 표대결 시나리오 유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발생 한 달여 만인 14일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종료로 1라운드를 마쳤다. 향후 공개매수 청약 결과, 양 쪽 모두 승기를 잡지 못하면 이사회와 주주총회까지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000원 내린 79만 3000원에 마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측의 청약 결과는 결제일인 17일 공개될 전망이다.

영풍·MBK 연합은 공개매수가격을 당초 주당 66만 원에서 75만 원, 83만 원으로 두 차례 높였고, 경영권을 수성하려는 최윤범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주당 83만 원으로 개시한 뒤 89만 원으로 한 차례 가격을 상향 조정했다.

영풍·MBK 연합의 최종 공개매수가격은 83만 원 으로 최 회장 측이 추진하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89만 원보다 낮아 목표한 최대 수량(발행주식총수의 14.61%)을 채우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투자자마다 유불리가 갈리는 세금 문제, 영풍이 제기한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의 불확실성, 유통주식 수 인식차에 따른 초과 청약 우려 등을 고려하면 한 자릿수대 지분 확보는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느 한쪽으로 청약이 확 쏠리지는 않을 것 같다”며 “임시 주총 소집과 의결권 확보, 위임장 대결 등이 진행되며 내년 3월 정기주총 시즌까지 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는 종료됐지만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는 오는 23일까지 지속된다. 고려아연은 전체 주식의 최대 17.5%를 자사주 공개매수로 확보할 예정이다. 우군인 베인캐피털도 별도로 2.5%를 공개매수한다.

문제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고 현재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로 사들이는 자사주는 소각이 예정돼 있어 우호 세력에게 처분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MBK측이 적은 물량이라도 일단 사들인 다음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나아가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풍·MBK 연합의 청약 경쟁률이 낮다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투자자들이 많이 선택한다는 의미일 텐데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영풍·MBK에도 나쁜 결과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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