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랩터에 날개 있었다? ‘조류 비행 기원’ 세계 최초 발견
2018년 발견된 소형 랩터 보행렬 조사
몸집 비해 비현실적 속도…날갯짓 해석
육식 공룡 ‘조류 비행 기원’ 최초 보행렬
중요성·희귀성 인정…PNAS 표지 장식
경남진주혁신도시에서 발견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랩터 공룡의 보행렬이(부산일보 2018년 11월 16일 자 1면 등 보도) ‘조류 비행의 기원(Origin of avian flight)’을 간직한 보행렬이라는 게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특히, 참새 크기의 이 랩터 공룡이 날갯짓하며 이동하는 속도는 ‘치타’보다 더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22일 진주교육대학교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 김경수 교수에 따르면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진주혁신도시에서 발견된 약 1억 600만 년 전 백악기 소형 랩터 공룡 발자국의 보행 속도’에 대한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한국지질유산연구소는 2018년 진주혁신도시 암반층에서 랩터 공룡 발자국 화석을 발견했다. 발자국 길이는 1cm, 몸집은 참새 크기로, 전 세계 랩터 발자국 가운데 가장 작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cm 소형 발자국 화석은 보존 자체가 어려워 세계적으로도 매우 희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발자국은 ‘드로마에오사우리포미페스 라루스(Dromaeosauripus rarus)’로 이름 붙여졌다.
이후 김경수 교수는 발견된 소형 랩터 공룡 2번 보행렬을 연구한 결과 ‘조류 비행의 기원’을 간직한 세계 최초의 보행렬을 확인했고, 해당 논문은 그 중요성과 희귀성을 인정받아 PNAS 표지로 선정됐다. 논문 제목은 ‘조류 이전 공룡의 공중 행동에 대한 간접 증거인 육식 공룡 보행렬’이며, 주요 내용은 조류 이전에 살았던 공룡의 공중 행동, 이른바 ‘날갯짓하며 달리기(flap-running)’다. 행동 진화 연구자들은 소형 육식 공룡이 비행 능력을 진화시키기 위해 날개를 퍼덕이며 달리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추측한다.
이 소형 랩터 공룡의 2번 보행렬은 발자국 길이가 평균 10.5mm, 보폭은 556.3mm로 보폭이 발자국 길이보다 53배나 컸다. 이를 근거로 소형 랩터 공룡의 달리기 속도를 계산하면, 1초에 10.5m를 달렸다는 것(37.8 km/h)을 알 수 있다. 이 속도는 지금까지 알려진 육식 공룡 보행렬 2638개 중 가장 빠른 수치다. 하지만 ‘드로마에오사우리포미페스 라루스’가 참새 크기였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두 다리 힘만으로 1초에 10.5m를 달렸다는 건 비현실적이라는 게 김경수 교수의 판단이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동물들이 몸집이 작은 동물들보다 절대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김경수 교수는 소형 랩터의 크기를 ‘치타’ 정도로 가정하고 상대 속도를 계산하면 치타보다 더 빨랐던 것으로 판단했다. 논문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진주 랩터 공룡이 상대 속도에서 치타보다 빠른 이유는 “날개가 달린 앞발을 펄럭일 때 만들어지는 공기역학적인 힘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공룡이 완전한 비행 능력을 갖추기 직전 획득한 진화 행동인 ‘날갯짓하며 달리기’로, ‘조류 비행의 기원’을 간직한 세계 최초의 보행렬이라는 게 이번 연구의 결과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홍콩 중문 대학교 피트먼 박사는 “비록 보존된 발자국 길이가 착륙이나 이륙하는 행동에 의해 남겨진 것인지 파악하기엔 충분하지 않지만, 땅 위에서 날갯짓하며 달렸던 흔적이 보존돼 있다. 이 연구는 발자국 화석을 사용해 조류 이전의 공룡과 새의 비행 기원을 더 잘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에모리 대학(Emory University)의 앤소니 마틴 교수는 “진주 소형 랩터 공룡 보행렬의 연구에 적용한 저자들의 종합적 접근 방식은 미래 연구자들에게 더 많은 이런 발자국을 찾을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 줬다. 진주 소형 랩터 공룡 보행렬과 같이 보폭이 넓은 보행렬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김경수 교수를 비롯해 알렉산더 드세키 교수(다코다 주립대학교), 故 마틴 로클리 교수(콜로라도 대학교), 한스 라르손 연구원(맥길 대학교), 토마스 홀츠 교수(메릴랜드 대학교), 제임스 팔로우 교수(퍼듀 대학교), 마이클 피트먼 교수(홍콩 중문 대학교)가 참여해 국제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