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안전은 개인의 몫이 아닌 선사와 정부 모두의 책임”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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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영 항해사

2025년 IMO 용감한 선원상 수상
금성호 침몰 동료 선원 12명 구조
통영호 화재 땐 선원들 대피 도와
구조 영웅 불구 트라우마에 시달려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달 24일 런던 본부에서 개최한 선원 공로 시상식 장면. ‘2025 IMO 용감한 선원상’ 수상자인 이태영 항해사가 화면에 소개되고 있다. 출처: 유튜브 IMOHQ. 선원노련 제공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달 24일 런던 본부에서 개최한 선원 공로 시상식 장면. ‘2025 IMO 용감한 선원상’ 수상자인 이태영 항해사가 화면에 소개되고 있다. 출처: 유튜브 IMOHQ. 선원노련 제공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달 24일 런던 본부에서 개최한 선원 공로 시상식 장면. ‘2025 IMO 용감한 선원상’ 수상자인 이태영 항해사가 화면에 소개되고 있다. 출처: 유튜브 IMOHQ. 선원노련 제공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달 24일 런던 본부에서 개최한 선원 공로 시상식 장면. ‘2025 IMO 용감한 선원상’ 수상자인 이태영 항해사가 화면에 소개되고 있다. 출처: 유튜브 IMOHQ. 선원노련 제공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24일 런던 본부에서 개최한 ‘2025 용감한 선원상’(이태규 항해사) 시상 장면. 이번 상은 추천 단체인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을 대표해 리디아 페라드가 대리 수령했다. 선원노련 제공 국제해사기구(IMO)가 지난 24일 런던 본부에서 개최한 ‘2025 용감한 선원상’(이태규 항해사) 시상 장면. 이번 상은 추천 단체인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을 대표해 리디아 페라드가 대리 수령했다. 선원노련 제공

“이 상은 제 개인의 용기가 아니라, 함께 바다를 지키는 모든 선원을 위한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고 당시 저보다는 동료 선원들이 먼저였고, 가족 같은 마음으로 한 명이라도 더 안전한 쪽으로 피신시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가 수여하는 ‘2025년 IMO 용감한 선원상’을 수상한 이태영 항해사(부산 거주, 동원해사랑 사무장)는 <부산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수상이 ‘선원의 안전은 개인의 몫이 아닌 선사와 정부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인식의 시작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IMO 용감한 선원상은 2007년 제정된 상으로, 매년 생명을 구하거나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특별한 용기를 발휘한 개인 또는 단체에게 IMO에서 수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이태영 항해사는 2025년 IMO 용감한 선원상의 유일한 본상(최고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선원 중에 IMO 용감한 선원상 수상은 석해균 선장(2011년 1월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 삼호주얼리호 선장)에 이어 두 번째다.

선원이자 40대 후반으로 배우자와 딸 자녀 둘을 둔 가장이기도 한 이 항해사는 어선 침몰사고 및 화재사고 현장에서 살신성인 정신을 몸소 실천한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

이 항해사는 자신이 일등항해사로 승선한 부산 선적 129t급 대형선망어선 ‘135금성호’가 2024년 11월 8일 오전 제주도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 갑작스런 전복·침몰사고를 당하자 즉각적인 대응과 침착한 구조활동으로 승선원 27명 중 12명을 직접 구조해냈다.

이 항해사는 정식 수색·구조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135금성호 침몰사고 당시 선체가 기울어 침몰하는 위험한 순간에도 동료 선원들에게 선수와 선미로 이동하도록 지휘했다. 또한 다른 구조 어선에서 던진 구명환 2개를 물에 빠진 동료 선원들에게 직접 전달함으로써 극도로 험한 조류와 파도 속에서 선원들이 구조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당시 일부 선원은 수면 위에 남아 있던 프로펠러에 매달릴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강한 파도에 휩쓸리는 등 상황은 매우 긴박했다. 이 항해사는 추가 수색 중 심정지 상태의 선원 2명을 구조하는 데 함께 노력했으며, 생존 선원 등 전원이 구조 선박에 오른 뒤에야 마지막으로 구조 선박에 승선하는 등 희생정신을 발휘했다.

승선 경력 15년에 20여 년의 스킨스쿠버 강사 경력을 보유한 이 항해사는 “스킨스쿠버 강사 경력이 극한 상황에서의 냉정함 유지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이 항해사는 “사고 순간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나 자신의 안전보다 동료 (선원)들을 먼저 생각했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가족의 얼굴을 떠올렸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 항해사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135금성호 침몰사고로 결국 승선원 27명 중 선장·어로장이 실종되고, 기관장이 심정지되는 등 14명(사망 5명·실종 9명)이 운명을 달리 했다.

1년 전의 영웅적인 행동은 이 항해사에게 깊은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직도 그는 수면장애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약을 복용 중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이 항해사는 사고 선사나 정부로부터 어떠한 보상이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올해 5월, 다른 선사로 소속을 옮겨 다시 생업 전선인 바다로 나서야 했다.

하지만, 이 항해사는 135금성호 침몰사고 딱 1년 만에 자신이 승선한 어선이 전소되는 화재사고와 맞닥뜨리게 된다. 선사를 바꿔 사무장으로 새로 승선한 부산 선적 129t급 대형선망어선 ‘88통영’호(승선원 27명)가 지난 10월 연근해 조업 중 원인 미상의 화재사고에 휩싸인 것이다.

이 항해사는 일촉즉발의 위험한 순간임에도 선내에 남아 있는 동료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선실 내부를 일일이 점검했다. 그는 승선원 전원을 긴급 대피시키고 나서야 맨 나중에 탈출을 시도했지만, 결국 거센 불길에 등과 손, 머리 등에 2도 화상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인명 구조의 영웅이 극한의 사고를 겪은 지 1년 만에 또다시 동료 선원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은 안타까운 현실은 선원의 안전과 복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항해사는 “선원의 생명과 안전은 개인의 희생에만 맡겨서는 안된다”며 “선주와 정부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육지에서와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발생하는 각종 선박사고와 선원 안전·복지에 대한 정부, 관련 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근본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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