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0도가 이젠 뉴노멀, 폭염 대응 재난 매뉴얼 전면 개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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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초유의 43도 위협… 가뭄까지 겹쳐
태풍·홍수 수준 위험 인식 사회적 전환을

연일 폭염이 이어진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중앙로의 뜨겁게 달궈진 도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무더위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연합뉴스 연일 폭염이 이어진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중앙로의 뜨겁게 달궈진 도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무더위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연합뉴스

경남 양산은 2일 국내 기상 관측 122년 역사상 처음으로 42.5도까지 치솟았다. 인접한 부산 북구와 금정구는 1일 40.5도를 기록해 극값을 새로 썼다. 경남 창원·김해·밀양도 최곳값을 경신하고 있다. 극한 더위가 부산과 경남을 달구는 사이 가뭄까지 겹쳐 산천이 메말라지고 있다. 최근 1개월 강수량이 평년의 22.4%에 그친 탓인데 이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커지고 있다. 도심 열섬은 취약계층과 야외 노동자를 온열 질환 위기로 몰아넣는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폭염과 가뭄, 산불 등 기후 재난이 더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게 됐다. 40도 고온 현상을 예외가 아닌 뉴노멀, 즉 새 기준으로 보고 대비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다.

같은 40도의 찜통더위에도 가장 먼저 무너지는 곳이 있다. 이상 고온이 재난이 되어 버린 시대에 취약계층의 삶은 사투로 변한다. 대표적으로 쪽방촌에서는 에어컨을 켜도 벽과 바닥에 축적된 열이 빠지지 않아 실내가 30도를 웃도는 게 예사다. 전기료가 두려워 에어컨을 끄는 주민도 적지 않다. 건설·물류·배달 노동자는 물론 농민들도 생계 때문에 뙤약볕을 피하지 못한다. 불볕더위는 연령과 직업을 가리지 않지만, 사회적 약자에게 훨씬 더 가혹하다. 부산에서는 올해 온열 질환자가 수십 명 발생했고, 사하구에서는 20대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결국 극한 더위는 단순한 기상 문제가 아니라 주거와 복지, 노동, 건강 격차를 드러내는 사회문제다.

부산시와 경남도가 긴급 구호 물품을 지원하고, 쪽방 에어컨 설치와 안부 확인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다. 전기료 지원이나 방문 건강 관리, 야간 무더위 쉼터, 폭염 경보 시 작업 중단 등 기존의 대책이 제때 실행되어야 안타까운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여기에 변화된 현실에 맞게 기존 폭염 대응 매뉴얼을 신속히 전면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 수요 급증에 대한 대응력이나 도시 열섬을 줄이기 위한 도시 숲과 쿨 루프 등 기후변화 대책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40도 뉴노멀’ 시대에 재난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복지와 의료, 전력, 도시계획을 통합하는 종합 재난 정책이 마련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40도 시대는 이미 닥친 현실이다. 극한 고온과 가뭄이 우리 삶에 미칠 파괴적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폭염을 태풍·홍수 수준의 재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고온과 가뭄이 산불로 이어져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내고 있다. 우리도 경보 기준과 대응 예산, 행정 시스템을 변화한 기후 현실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기후변화가 만든 뉴노멀은 특정 기관이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공동의 재난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인식과 준비 수준이 과거 기준에 머문다면 피해를 막을 수 없다. 폭염 대응 매뉴얼의 전면 개편은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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