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떡지순례
현지 먹거리 체험은 여행을 한층 즐겁게 만든다. 특히 최근엔 방문 지역의 볼거리, 즐길 거리보다 먹거리를 우선으로 치는 관광 패턴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에 들른 김에 돼지국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식당의 돼지국밥을 먹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다는 개념인 셈이다. 숙박과 이동 계획 등 관광 일정을 짤 때도 방문지에서 반드시 들를 식당들의 위치 등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빵지순례는 먹거리 여행의 대표적인 형태로 꼽힌다. 빵지순례는 ‘빵+성지순례’의 합성어. 유명하거나 독특한 빵을 만드는 제과점을 찾아다니며 대표 제품을 맛보는 여행을 일컫는다. 미식 관광을 대표하는 최신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전은 튀김소보로 등으로 유명한 성심당의 인기에 힘입어 전국 최고의 빵지순례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대전의 경우 빵지순례 관광객이 늘면서 최근 1년 동안 게스트하우스 등 소규모 숙박시설도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지역 경제도 들썩인다고 한다. 부산에서도 비엔씨제과, 옵스, 이흥용과자점 등이 빵지순례 여행객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최근엔 떡지순례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떡지순례는 당초 전국 유명 떡볶이집을 찾아다니는 것을 일컫는 좁은 의미로도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유명 떡집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최근의 이런 흐름은 명절 음식으로만 여겨지던 떡이 인기 디저트로 부상한 것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쌀과 찹쌀, 쑥, 단호박, 밤과 같은 전통 재료에 치즈, 생크림, 초콜릿, 버터, 과일 등을 결합시키면서 젊은 층의 취향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떡지순례객들에게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곳은 광주에 본점을 둔 창억떡집이다. 호박이 들어간 쫄깃한 인절미 식감과 카스텔라의 폭신한 식감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카스테라 호박인절미’로 전국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밤의 고장인 충남 공주의 알밤모찌, 강원 정선의 수리취떡 등 특산품으로 만든 떡들도 떡지순례 인기 메뉴로 자리매김했다.
부산에서도 영도 남항시장에 있는 영도다리떡방이 떡지순례 명소로 부상했다. 대표 메뉴는 백설기 위에 피자 토핑을 올린 피자설기. 부산에 가면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떡지순례는 우리의 전통 음식을 현대적 디저트로 재발견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운 현상이다. 떡지순례가 한층 활성화돼 지역 관광과 경제를 활성화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