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 이주노동자 강제노동·인신매매 식별 강화…임금 강제송금·구금 등 명시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인신매매등피해자 식별·보호 지표’ 개정고시
원양·양식·염전 등 업종별 인신매매 실태 반영
경제적 속박·물리적 통제·차별적 처우 등 구체화
아업분야 강제노동 피해 조기발견·현장보호 강화
미 국무부 인신매매 보고서 권고사상 이행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관계자들이 2일 청와대 인근에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철폐, 사업장변경 자유 보장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관계자들이 2일 청와대 인근에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철폐, 사업장변경 자유 보장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원양·양식·염전 등 어업 분야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인신매매 피해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도록 피해 판단기준을 보다 세부적으로 구체화했다. 고용주나 브로커에게 일정 금액을 송금하도록 강요하거나 승선 전 구금하는 행위 등이 명시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어업 분야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인신매매 피해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식별지표를 구체화한 ‘인신매매 등 피해자 식별 및 보호에 대한 지표(이하 피해자 식별지표)’ 고시 개정안을 3일부로 시행한다고 2일 밝혔다. 피해자 식별지표는 인신매매방지법 제13조에 따라 수사·점검 등 현장에서 인신매매 피해자 판단기준으로 활용하는 객관적인 지표이다.

이번 개정고시는 해양수산부와 함께 어업 현장의 특성을 반영해 기존 식별지표를 보완한 것으로, 지난해 미국 국무부가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어업분야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 지표를 마련토록 권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고시는 육지와 떨어진 선박이나 외딴 작업장 등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어업 이주노동자의 취약성과 고립된 근무환경 등 특성을 고려해 경제적 속박과 물리적·정서적 통제, 차별적 처우 등을 피해 징후로 구체화했다. 특히, 현장에서 피해징후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식별지표를 △인신매매등의 ‘행위’ △인신매매등의 ‘수단’ △인신매매등의 착취 ‘목적’으로 나눠 해당 항목을 구체화한한 것이 특징이다.


외국인 어선원 조업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부산일보DB. 외국인 어선원 조업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부산일보DB.

우선, 제3자의 계좌로 급여 강제송금, 고금리 대부계약, 거주지 외 하선 시 귀국비용 미지급 등 경제적 속박 관련 사항을 구체화하는 한편, 가족에게 채무이행 요구, 승선 전 노동자 구금, 선내 연락기기 이용 차별 등 물리적·정서적 통제행위를 세부지표로 신설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급여가 노동자 본인 명의 계좌로 입금된 뒤 일정 금액을 고용주나 브로커 등에게 송금토록 강요하는 행위를 피해 징후로 명시했다. 고금리 대부계약을 맺게 하는 행위, 가족에게 채무 이행을 요구하는 등 노동자에 대한 통제 행위 역시 피해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한다. 채무의 예시도 ‘생활비 명복 선급금, 고금리의 대부 계약서의 작성, 연대보증 등’으로 구체화했다.

생필품을 시장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구입하도록 요구받거나 거주지 외 하선 시 귀국에 필요한 법정 최소비용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항목에 포함됐다. 외부와의 소통(서신교환, 전화, 휴대전화, 인터넷 이용 등)을 허락을 받아야 하거나 선내 인터넷 등 연락기기 이용을 차별적으로 제한하는 등 물리적·정서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도 세부지표로 신설됐다.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작업자가 염전을 정리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증도 태평염전에서 작업자가 염전을 정리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연합뉴스

국적에 따라 근로조건이나 위생·보건시설을 차별하거나 계약 연장 거부를 빌미로 부당한 처우를 강요하는 행위는 착취 판단기준에 포함됐다. 특히, 노동자가 ‘근무조건(임금·숙소·근로시간)에 대해 정당한 불만을 제기했는데도 계절근로자 송출 중단, 계약 연장 거부, 재입국 추천 거부, 비자 무효화, 강제 추방 등을 빌미로 부당한 처우를 강요하는 행위는 정세적 통제수단으로 명시했다.

피해자가 인신매매 과정에서 범죄를 저질렀거나 착취에 사전에 동의했더라도 피해자로서 실질적인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성평등가족부와 해수부는 이번 식별지표 개정을 계기로 어업 현장에서 인신매매 피해 징후를 보다 면밀하게 확인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할 방침이다.

성평등가족부 김성철 안전인권정책관은 “어업 분야는 외부와 단절되기 쉬워 피해 사실이 드러나기 어렵다”며 “현장에서 피해 징후를 세밀하게 살펴 조기에 발견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수부 김혜정 해운물류국장은 “성평등가족부와 시민사회, 선원노조 등이 함께 어업분야 특화지표를 마련했다”며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 예방과 인권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