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뚫고 나아간 21일… 북극항로 마침내 열었다
아크로호 입항 현장 단독 취재
13일 오후 6시 25분 로테르담 도착
‘꿈의 뱃길’ 시범 운항에 성공
“거대한 유빙·돌풍 맞서 사투”
승선원 “우리가 해냈다” 감격
컨테이너 선박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부산항 신항을 출항한 지 21일 만인 지난 12일 오전 5시께 첫 기항지인 영국 펠릭스토우(Felixstowe)항에 입항하고 있다. 팬스타그룹 제공
남부 해양수도권 도약의 핵심 동력이자 ‘꿈의 뱃길’로 불리는 북극항로(NSR) 시범운항에 나선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극지의 험로를 뚫고 지난 12일 오전 5시께 유럽 땅에 닿았다. 이어 13일 오후 6시 25분께 최종 목적지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앞으로 부산으로 귀환하는 운항 일정이 남아 있지만, 유럽까지 편도 운항을 안전하고 순탄하게 성공시키면서 상업 항로로서 북극항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일보〉는 지난 12일 첫 기항지인 영국 펠릭스토우항에서 팬스타 아크로호의 입항 현장을 단독 취재했다. 서명원 선장과 노현 1등 항해사 등 20여 명의 승선원들은 하나같이 ‘드디어 해냈다’는 자부심 어린 표정이었다.
서 선장은 “북극해역을 통과하는 9일여 동안 거대한 유빙과 돌풍 등 가혹한 극지 환경을 만났지만, 치밀한 데이터 분석으로 안전 운항을 이어왔다”면서 “이번 시범운항을 통해 극지 항해에 대한 노하우를 값진 자산으로 축적했다”고 전했다.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는 지난달 22일 부산항 신항에서 출항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9일까지 북극해를 통과했고, 12일 첫 기항지인 영국 펠릭스토우에 도착하며 21일 만에 유럽 땅을 밟았다.
선박은 여기에서 일부 물건을 내리고, 다시 출항해 13일 오후 6시 25분께 최종 목적지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이후 16일 폴란드 그단스크를 거쳐 다시 북극해로 이동해 다음 달 12일께 부산으로 복귀할 계획이다. 부산을 출항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베링 해협을 지나 북극해역에 진입해 축치해,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 카라해를 순서대로 통과하며, 약 6400㎞ 거리를 운항했다. 이 과정에서 아찔한 고비의 순간들을 겪었다.
서명원 선장 등에 따르면, 북위 66도 30분 이북의 북극해역에 진입한 후 축치해 브랑겔섬 남부 해역에서 사방으로 유빙에 둘러싸였다. 이 때문에 통항로가 막혔고, 야간이라 육안이나 레이더로 유빙을 분별하기 어려워 날이 밝을 때까지 정지 상태로 대기했다. 이어 지난 4일 랍테프해를 지날 때에는 순간 최대 40노트에 달하는 강풍을 버텼으며, 다음날인 5일에는 빌키츠키 해협에서 두껍고 단단한 유빙을 마주하며 속도를 낮춰야 했다.
이에 한때 팬스타 아크로호의 로테르담 도착 일정도 예정했던 11일이 아닌 오는 15일께로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팬스타 아크로호는 이후 순항했고, 속도를 올려 유럽 도착 예정일을 다시 앞당길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시범운항의 최종 성패는 안전 귀항을 전제로 운항 일수, 연료 소모량, 정시성, 보험·금융 비용, 화물 확보율 등을 종합해 부산 입항 이후 평가될 예정이다. 또 팬스타 아크로호가 실측한 항해 데이터는 향후 북극항로의 상업적 경제성을 검증하는 핵심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펠릭스토우(영국)=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