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양수도 부산, 북항 인트라아시아 물류의 심장 지켜라
하명신 국립부경대 대외부총장
2025년 12월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했다. ‘해양수도 부산’이 법률에 명문화되고, HMM, SK해운, 에이치라인해운 및 흥아해운까지 국적 해운기업들의 본사가 잇달아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대한민국 해운·물류 정책의 무게중심이 마침내 바다의 도시로 옮겨오는 역사적 전환이다.
그러나 이 반가운 흐름 이면에서 정작 부산 물류의 ‘심장’인 북항은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정책과 개발의 시선이 신항 중심으로 쏠리고, 북항은 컨테이너 부두를 걷어내고 도심·친수공간으로 바꾸는 재개발 대상으로만 자주 거론된다. 심지어 부산으로 돌아온 HMM이 둥지를 트려는 곳도 다름 아닌 북항 재개발 지역이다. 해운기업을 품기 위해 정작 그들이 딛고 설 항만 기능을 지우려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금 유의해야 할 것은 북항을 ‘이벤트 공간’이나 ‘부동산’으로 소비하는 발상이 아니라, 인트라아시아(역내 아시아·IA) 물류의 대체 불가능한 거점으로서 그 기능을 지키고 고도화하는 전략이어야 한다.
재개발 논리는 북항을 ‘노후화·유휴화된 시설’로 전제한다. 그러나 숫자는 정반대를 말한다. 부산항은 세계 7위 컨테이너 항만이며, 북항은 부산항 전체 2488만TEU의 약 30%, 부두 길이 42.5%, 컨테이너 야적장(CY) 면적 47.9%, 고용 31.2%를 담당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북항 해운항만산업의 매출은 약 14조 원, 고용은 9만 8000명에 이른다. 연간 약 700만 TEU를 처리하는 북항은 만약 일본에 있었다면 일본 1위 도쿄항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북항 물동량의 90% 이상이 인트라아시아 화물이다. 고려해운·장금상선·흥아라인·남성해운·천경해운 같은 국적 연근해 선사들의 ‘모항’이 바로 북항이다. 도심과 인접해 접근성이 뛰어나고, 울산·경남 화주와 가까워 물류비 측면의 강점도 크다. 북항은 낡은 유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 무역을 실어 나르는 산업현장이다.
한진해운 파산과 코로나19를 거치며 부산항은 자연스럽게 기능이 이원화됐다. 신항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중심의 원양·환적 허브로, 북항은 중소형선 중심의 IA 수출입 거점으로 각자의 색깔을 굳혀 왔다. 서로 다른 두 축이 부산항 전체의 경쟁력을 보완해 주고 있다. 신항은 또한 1000TEU급 IA 선박을 위한 항만이 아니어서, 이들 중소형 선박들이 신항에 몰리게 되면 접안 공간 부족과 체선이 심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수출입 교역의 절반가량이 아시아 역내에서 발생하고, 그 비중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IA 물류에 최적화된 북항의 필요성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커지고 있는 것이다.
만일 북항 물류기능이 신항으로 옮기게 된다면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새로운 접안시설·크레인·배후부지·진입도로에 국민 혈세가 다시 투입돼야 하고, 화주는 추가 운송 거리와 더 비싼 신항 사용료를 떠안아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 유사시 신항이 마비될 경우를 대비한 대체부두(물류안보)의 가치도 결코 가볍지 않다.
세계적 항만들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상하이는 신항(양산항)을 운영하면서도 구항(외고교)을 유지해 분업 구조를 정착시켰고, 로테르담은 신항(Maasvlakte 2)을 자동화·친환경으로 개발하면서도 구항을 계속 업그레이드시켜 가고 있다. 대만 카오슝은 물동량이 정체되는 국면에서도 구항을 폐쇄하는 대신 기존 부두를 보강했으며, 홍콩과 일본 요코하마의 반세기 된 컨테이너 터미널도 여전히 주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구항 공존’이 세계의 표준인 것이다.
HMM을 비롯한 국적 선사들이 부산으로 돌아오는 지금이야말로, 그들이 발 딛고 설 무대인 북항을 굳건히 지킬 때다. 부산 북항은 ‘대형 행사장’이 아니라 인트라아시아 물류의 심장으로서, 대한민국 무역과 해운 항만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계속 뛰어야 할 것이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