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곰탕 ... 토렴으로 정성을 더한, 100년 넘은 국물맛 [박상대의 푸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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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초겨울, 광주에 사는 친구가 점심을 먹자면서 나주까지 데려갔다. 가는 동안 ‘광주에도 맛있는 음식점이 많은데 왜 굳이 나주까지 가는지?’ 궁금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나주시내 구도심에 과거 나주목 자리인 금성관이 있다. 지금은 주차장으로 정비되어 있는 곳에 20년 전에는 낡은 장터가 있었다. 그 장터 안에 국밥집 두 곳이 있었는데 한동안 기다리면서 다른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구경했다. ‘겨우 국밥 사주려고 먼 길을 데려온 것인가?’ 국밥을 입에 넣기 전까지 이 말을 수차례 입안에서 굴렸다.
 
금성관 앞에 나주곰탕 거리. 한 자리에서 100년 넘게 곰탕을 팔고 있다는 음식점과 시장 안에서 밖으로 나왔다는 집 등 오랜 역사를 가진 음식점들이 여럿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서너 집에서 곰탕을 맛보았는데 맛은 비슷한데 ‘보기 좋은 국밥’ ‘깍두기가 맛있는 집’ ‘실내가 더 깨끗한 집’ 정도 차이만 났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나주 곰탕은 옛날 나주 읍성 5일 장을 찾는 장돌뱅이들과 주변 고을에서 장보러 나온 사람들에게 국밥을 팔던 것이 나주곰탕의 시초라고 한다. 또 다른 설은 일제강점기 때 나주 도축장에서 이 땅의 소를 잡아 살코기를 일본으로 가져가고 내다버리다시피 한 뼈를 고아서 밥을 말아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나주 곰탕은 다른 지역 곰탕과 달리 국물이 말갛다. 뼈를 고았을 때는 국물이 뿌연데, 나주 곰탕은 양지나 사태 등 살코기를 고아낸 탓이다. 규모가 크든 작든 나주곰탕집 부엌에는 15시간 이상 고기를 삶아내는 가마솥이 걸려 있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하얀 김이 회오리를 일으키는 모습이라니... 곰탕을 주문하고 나면 입안에 군침이 고인다.
 
나주 곰탕을 주문하면 주방장은 미리 밥을 담아놓은 뚝배기에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국물을 떠서 붓는다. 그런데 국물을 떠서 밥이 담긴 뚝배기를 서너 차례 토렴한다. 곰탕의 제맛이 바로 이 토렴 과정에 숨어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잘 삶아진 고기를 토렴한 뚝배기에 한 웅큼 집어넣고, 송송 썬 대파와 달걀지단을 올려서 상에 올린다. 고춧가루와 참깨도 조금... 국물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떠 넣은 순간 머리가 띵했다. 담백하고 고급스런 맛이다. 굳이 맛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아니, 맛을 한 마디로 설명할 수가 없다. 고소하고 향기로운 맛이 뇌세포를 파고든다.
 
반찬이라고 해야 적당히 익은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전부이다. 가끔 깍두기 국물을 더 달래서 곰탕 국물에 쏟아 부어서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보 같은 짓이다. 간이 안 맞으면 소금을 칠 일이다. 음식은 주방에서 조리해 준대로 먹어야 제 맛을 맛볼 수 있다.
                      
글 박상대 월간 '여행스케치' 대표 psd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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