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옥의 시네마 패션 스토리] 16. 티파니에서 아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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헵번의 '블랙 드레스'… 검정을 여성 일상복 색상으로 확장

올림머리 스타일에 진주 목걸이, 긴 장갑, 블랙 드레스 차림으로 세기의 패션 아이콘이 된 오드리 헵번. 진경옥 씨 제공

1961년 개봉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감독 블레이크 에드워즈)은 오드리 헵번을 세기의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시켰다. 상류사회를 동경하는 고급 매춘부 홀리(오드리 헵번 분)와 작가이자 매춘남인 폴(조지 페퍼드 분)이 사랑으로 서로를 구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패션은 헵번의 '리틀 블랙 드레스'다. 헵번은 영화 속에서 올림머리 스타일에 화려한 진주 목걸이, 긴 장갑을 착용하고 이 의상을 입었는데, 영화는 이 장면 하나로 모던 패션을 대표하는 작품이 됐다.

리틀 블랙 드레스는 원래 1926년 샤넬이 처음 발표했다. 디자인은 지극히 단순했지만 1910년대 풍미했던 강렬한 색상에 대항하고, 상복이나 남성복에만 뿌리내린 검정을 여성의 일상복 색상으로 확장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이를 패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가 발전시켜 헵번 패션으로 거듭나게 했고, 지금도 수많은 팬들에게 헵번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의상은 지난 2006년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영화 소품 역사상 최고가인 92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억 원에 팔렸다. 그 수익금은 전액 인도의 굶주리는 아동을 위해 기부돼 헵번의 명성을 드높였다.

헵번은 1950~1960년대 젊은 여성의 로망이었다. 그는 자기 스타일에 딱 맞는 패션을 즐길 줄 아는 여배우 중 한 명이었는데, 그의 안경테와 모자, 플랫 슈즈, 길이가 짧고 화려하지 않은 오버코트 등은 지금도 빈번히 활용되고 있는 미니멀리즘 계열의 트렌드다.

그런데 이처럼 심플하면서도 조화로운 이미지와 패션 스타일은 늘 지방시와 맞물려 있었다. 사실 그는 20세기 패션 아이콘으로서 지방시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지방시의 모든 작품을 고양시키는 능력을 지녔고 지방시 디자인의 영감이자 영원한 뮤즈였다. 프랑스 사회학자 롤랑 바르트는 헵번에 대해 "이 세상 언어로 묘사할 수 있는 형용사가 부족한 창조물"이라며 지방시의 천재성을 돋보이게 한 것이 바로 헵번이라고 극찬했다.

지방시는 당시 파리 쿠튀르(패션계)를 지배하고 있던 디오르의 보수적인 디자인의 대척점에 서 있었다. 그는 젊은 디자이너 특유의 혁신성으로 신체를 따라 흐르는 실루엣과 장식을 배제한 단순미를 추구했다. 지나치게 많은 장식 대신에 단순한 라인으로 오히려 더 우아하고 클래식한 여성 스타일을 확립했다. 헵번은 이런 스타일을 소화하는데 최적의 배우였다. 실제로 헵번은 16편의 영화에서 지방시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출연했다.

지방시는 지난 1995년 은퇴했다. 이후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매퀸, 줄리앙 맥도날드에 이어 리카르도 티시가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젊은 디자이너가 끊임없이 지방시의 명성을 잇고 있는 것이다.

헵번은 숨을 거두기 직전에도 지방시 옷을 가슴에 품고 키스했다고 한다. "신이 내게 허락한 최고의 선물은 옷을 고를 수 있는 심미안이다. 내 배역에 맞는 옷을 입으면 옷에 맞는 표정과 행동, 태도가 나온다." 그가 생전에 한 말이다. 헵번 스타일의 블랙 드레스는 21세기에도 어떤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동명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kojin12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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