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버스 하우스'에서 살라니… 2030 청년들 분통 터진다
여 중진 의원 망발에 분노 댓글 이어져
주거 문제 절박성부터 제대로 이해하길
더불어민주당 황희 국회의원. 연합뉴스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주거와 일자리 안정이다. 하지만 수도권의 집값은 터무니없이 높고 취업 기회는 갈수록 줄어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과 출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 20~30대의 현실이다. 역대 정권마다 청년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 추진을 장담했지만 모두 말뿐이었다. 이재명 정부도 기존 청년 정책 재편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이런 와중에 더불어민주당 3선인 황희 의원이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청년들에게 제공하자는 충격적인 제안을 내놨다. 귀를 의심할 만한 어처구니없는 의견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황희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폐·중고 선박 리모델링 주택 사례를 언급한 뒤 ‘버스 하우스’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는 “리모델링 비용을 5000만 원 정도만 잡아도 1만 세대면 전체 5000억 수준에 불과하다”며 “청년들이 안정된 주택을 마련하기 전 단계까지 임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충분히 검토할 가치는 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특히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이 민간 의존도가 매우 높은 관계로 그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점을 의견 제시 이유로 들었는데 이 자체가 여당과 정부의 부동산 정책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버스 하우스’ 발언 이후 SNS 등에는 “대체 청년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청년이 난민인가” “의원님부터 들어가서 사시라” “청년들은 집 사지 말고 폐기 버스를 수리해서 살라는 이야기 같다”는 등 분통을 터뜨리는 의견들이 이어졌다. 폐기된 버스를 쌓아 올린 인공지능(AI) 이미지도 쏟아져 청년들의 분노를 대변했다. 심지어 같은 당 소속인 김보미 전 강진군 의장도 “본인들은 쾌적한 넓은 집에 살면서 청년에게는 폐버스를 던져주는 내로남불, 생존이 걸린 주거 문제를 고민 없이 툭 던져보는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민주당 인사는 “해프닝으로 봐달라”고 밝혔는데 너무나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문제의 본질은 정부와 여당이 청년 주거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생활의 터전이다. 여당 중진 의원이 ‘버스 하우스’라는 비정상적인 주거 공간 제공을 아이디어로 제안한 것 자체가 청년 정책 현주소를 내비친 듯해 무척 씁쓸하다. 특히 정부는 지난 3일 부동산 세제개편안 발표 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비거주 1주택자 예외 연장, 청년 대출 완화 등을 시사하는 등 국민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버스 하우스’ 망발은 청년 주거 문제의 절박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당과 정부는 청년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 그 이유부터 제대로 직시하길 바란다.